간월사지는 영남알프스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합니다. 차에 내려 올려다보니 저 멀리 간월사지를 감싸고 있는 산봉우리가 보이는데요. 바로 간월산, 그리고 그 옆 봉우리는 신불산~~

 

여러 겹으로 겹쳐진 산봉우리들은 마치 병풍처럼 이곳을 감싸고 있습니다. 서쪽으로 산지가 시작되니 자연스럽게 옛 절은 동쪽을 바라봅니다.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진 건물.

이 곳에 처음 절이 들어선 것은 신라 때입니다. 진덕여왕이 신라를 다스릴 때 자장율사가 이 절을 창건했다고 전합니다. 당시 건물은 사라졌지만, 남은 석물들로 연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의 양식입니다. 절은 사라졌지만 신라의 석공이 정으로 쪼아 만든 석물들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석상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자장 율사는 어떤 이유에서 이곳에 절을 창건했을까요? 이름난 산에는 이름난 절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스님들이 수도를 위해서는 한적한 곳이 좋다고 합니다.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절을 지은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이야 영남알프스 산길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만, 당시에 이곳은 고즈넉한 산골이었겠지요.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

신발을 벗고 건물 안에 들어섭니다. 이곳에 모셔진 석조여래좌상은 귀하신 몸입니다. 온전한 통일신라의 석상은 드물지요. 오랜 세월에 머리가 떨어져 나가거나, 코가 깨진 것도 많습니다.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은 광배가 사라져 없을 뿐, 부처 상은 온전히 남았습니다. 보물 37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섬세하게 표현된 옷자락.

카메라를 들어 불상을 살핍니다. 가까이 접근할 수 없을 때, 카메라의 줌 기능은 유용하지요. 섬세하게 표현된 옷자락의 주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의 화강암은 무척 단단한 돌입니다. 섬세한 조각이 힘들지요. 기계로 작업이 편해진 현대에도 그런데, 신라의 석공처럼 정과 망치로만 한다면 더더욱 어렵지요. 

 

 

서산 위에 걸린 태양.

좌상은 남았지만, 간월사 건물은 사라졌습니다. 경사길을 올라 언덕에 오릅니다. 옛날 간월사가 있었던 터가 보입니다.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까지 전해졌던 간월사는 임진왜란 때 위기를 맞습니다. 왜군에게 절은 그저 약탈의 대상이었습니다. 귀중한 보물은 약탈을 하고 건물은 불태워 없앴지요. 금당이 불타 사라진 것은 임진왜란 때로 추정됩니다. 

 

 

간월사지 석탑.

금당 터를 지키고 있는 것은 한 쌍의 석탑입니다. 절이 동쪽을 향해 자리하니, 자연스럽게 두 탑은 남북으로 위치합니다. 한 쌍의 석탑은 대칭인듯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바위 언덕 위에 있는 북탑은 주위 소나무에 가려 있습니다. 반면에 남탑은 내리쬐는 햇살을 바로 맞고 있지요. 풍화된 정도가 조금 다른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릎뜬 눈, 올려든 손.

탑신에 새겨진 것은 인왕상입니다. 부릎뜬 눈에 올려 든 손이 인상적입니다. 네모 반듯한 탑 한 면에 좌우 두 명의 인왕이 있습니다. 한 탑에 총 8명, 남북 쌍탑이니 총 16명의 인왕입니다. 인왕은 불법의 수호자입니다. 일종의 파수꾼인 셈입니다. 천년의 세월 동안 탑이 온전할 수 있었으니, 16명의 인왕이 근무를 잘 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남탑에 새겨진 문고리 모양.

쌍둥이처럼 닮은 남북 두 탑이 다른 점은 조각에 있습니다. 남탑에는 1층 문고리 모양의 문양이 있습니다. 이 또한 한쌍인데, 흡사 귀신이나 짐승이 입으로 둥근 고리를 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신라에서 유행했던 문고리의 모양을 탑에 새긴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도 왜 한쪽 탑에만 이 문양을 새겼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둥지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까마귀들.

임진왜란 이후 다시 재건된 간월사는 조선말 다시 폐사됩니다. 이곳을 "간월사"가 아닌 "간월사지"라고 부르는 것은 절이 아닌 절터이기 때문이지요. 산지의 저녁은 빠릅니다. 한 무리의 까마귀들이 부산합니다. 둥지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옛 절의 영화를 기억하는 석상은 이제 봄을 기다립니다. 고즈넉한 간월사지를 거닙니다. 영남 알프스 자락이 봄꽃으로 물들면 다시 이곳을 찾을 생각입니다. ^^

 

 

 

 

Posted by Tele.ma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