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각 지역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저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펼쳐집니다.  새해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간절곶의 1월 해맞이 행사부터 12월의 울산대공원 빛 축제까지. 그중 몇몇 축제는 단순히 울산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기도 하지요.  특히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울주군 옹기축제를 시작으로 태화강 국가정원의 봄꽃 대향연, 울산 대공원의 장미축제 그리고 북구 쇠부리 축제까지. 그야말로 축제의 향연입니다. 

 

 

 

쇠부리 축제 개막식 모습

 

쇠부리축제 때 선보인 고대 원형로 복원 실험 모습

그럼 이런 수많은 축제 중에 가장 울산을 잘 드러내는, 아니 울산만의 가진 고유한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축제는 무엇일까요? 물론 저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쇠부리 축제'를 울산 지역의 역사성을 가장 잘 드러낸 축제로 평가합니다. 쇠부리 축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쇠부리란? 토철이나 사철, 철광석과 같은 원료를 녹이고 다뤄 가공하는 모든 제철 작업(제련, 주조, 단금, 단조, 제강 등)을 일컫는 말이다 - 철을 주제로 펼쳐지는 축제로 국내에서는 북구 쇠부리 축제가 유일합니다. 

 

 

 

 

그럼 왜 하필 '북구' 쇠부리 축제일까요? 그 이유는 달천철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북구에 위치한 달천철장에서 난 쇠는 삼국시대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역사가 깊은 철장입니다. 삼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양질의 철을 생산하던 동아시아의 중요한 철 생산지이자 오늘날 산업도시 울산을 잉태시킨 2000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곳입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철광석과 사문석을 생산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울산 옛지도를 보면 동천이 태화강에 못지 않은 하천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달철철장 옆으로는 동천이 흐르고 있어 생산한 철의 운송에도 편리했기에 울산 지역은 초기 철기시대부터 철의 공급자 역할을 하면서 국제 무역항 공업 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달천철장 인근 중산동 고분군에는 2세기부터 7세기까지 신라시대의 여럿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조사과정에서 다양한 무기와 갑옷, 투구나 쇠도끼를 만들기 위한 거푸집 등이 발견되어 이 지역이 쇠부리의 중심 지역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조선 시대에도 이어집니다. 특히 조선의 철강왕이라 불린 구충당 이의립(1621-1694)은 무쇠 제조법을 개발하여 이를 통해 양질의 철을 나라에 공납합니다. 이러한 공로로 달천철장을 하사 받고 이후 조선시대 달천철장은 그의 후손에 의해 운영됩니다. 

 

 

 

정비사업 이전 달천철장 모습

이렇듯 '산업도시'로서의 울산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달천철장이었지만 그동안 울산에서도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그냥 방치되어 온 것이지요. 이처럼 소홀한 대접은 매년 본의 아니게 '쇠부리 축제' 때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쇠부리 축제가 역사적인 달천철장이 아니라 북구청 광장에서 열렸거든요. 본디 달천철장에서 열려야 마땅하지만, 그냥 방치되다시피 했기에 행사를 펼칠 만한 여건이 안된 것입니다. 가장 역사성 짙은 행사를 그 장소에서 펼치지 못한 아쉬움.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하지 못한 억울함이 이런 것일까요? 매년 북구청에서 열리는 '쇠부리 축제'를 볼 때 마다 가슴 한 켠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정비사업 후 달천철장 모습

 

2019년 봄 달천철장 - 사진 하단에 관리시설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정비사업 후 쇠부리 관련 다양한 시설이 달천철장에 들어 섰다

매년 쇠부리 축제가 열릴 때마다 지속해서 제기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코자 북구가 드디어 2016년에 달천철장 정비사업에 나섭니다. 달천철장 일원에 순환 산책로를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하반기에 달천철장 관리시설(전시관)까지 총 50억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정비사업을 완료하게 됩니다.  

 

 

 

달천철장 관리시설 실내 모습

작년 12월 27일 개관식을 하고 1월부터 정식으로 문을 연 달천철장 관리시설은 달천철장 관리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일반인들이 쇠부리가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전시관이기도 합니다. 공식 명칭을 '관리시설'이 아니라 '전시관'으로 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철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달천철장 관리시설

쇠부리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이곳은 크게 세 공간으로 이뤄졌습니다. 고대와 현대의 철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달천철장의 역사를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직접 쇠부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죠. 한 마디로 울산의 철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달천철장 관리시설을 찾아오면 되는 겁니다. 

 

 

매년 5월에 쇠부리축제가 열린다

그동안 쇠부리축제가 달천철장이 아니라 북구청 광장에서 열린 탓에 축제장을 찾은 이들에게 왜 울산 이곳에서 쇠부리 축제여야만 하는지가 쉽게 와 닿지 못했습니다. 역사성이 결여된 있었던 거지요. 달천철장 정비사업이 끝난 지금, 2020년 올해부터 드디어 이곳 달천철장에서 쇠부리 축제가 예정돼 있습니다.  달천철장과 쇠부리 문화가 울산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발돋움할 여건이 이제 마련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달천철장이 북구와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자산이 되길 응원합니다. 

 

달천철장 관리시설 운영 시간

10:00~17:00(화요일~일요일)

매주 월요일, 설. 추석. 법정 공휴일 휴관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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