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시계탑 거리를 지납니다. 이 거리의 이름은 "문화의 거리"입니다.

어떤 연유로 이런 명칭이 붙었는지는 금세 확인이 됩니다. 한쪽에 갤러리가 있고 다른 한쪽에 춤꾼의 연습장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머물며 자신의 예술을 갈고닦는 거리. 울산 동헌과 전통시장 사이의 거리는 이곳만의 아우라가 흐릅니다. 

 

 

대안공간 42.

문화의 거리를 찾은 이유는 전시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구독해 둔 뉴스레터 중에 울산의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을 읽습니다. 울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월갤러리창작스튜디오"가 주관하는 전시회가 눈에 띕니다.

 

이 전시회는 "일 좀 줄이는 게 어때?"란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마침표 쉼표 줄임표 그리고 물음표"란 전시회 제목은 많은 것을 시사하지요.

 

 

윤은숙 작가 "생명, 그곳".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데, 떠날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주머니 탓을 할 테고, 어떤 사람은 빡빡한 시간을 탓할 것입니다. 둘 다 원인인 사람도 있을 테지요. 그럴 경우 저는 전시회를 찾습니다. 새로운 개념의 예술을 만나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작품을 만나고 그 작품을 완성한 작가를 만나지요.

 

 

윤은숙 작가 "생명, 그곳".

마음이 맞는 몇 명의 작가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을 걸었습니다. 소규모 전시회가 그렇듯, 힘을 뺀 작품들이 많습니다. 몇년 전, 개인 전시회를 통해 만났던 윤은숙 작가의 작품은 반갑습니다.

 

빈 캔퍼스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 같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생명, 그곳"이라는 제목의 연작들입니다. 

 

 

"무제", 데보라.

펜으로 그린 스케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이 화폭 안에 담겨 있습니다. 골목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표정이 자못 심각합니다. 다음 장면을 머릿속에서 상상해 봅니다. 연필이 아닌 펜으로 그린 스케치는 힘이 있어 좋습니다. 

 

 

"무제", 데보라.

제가 전시실에서 그림을 보는 계절은 겨울이지만, 그림 속 묘사된 풍경은 여름입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짧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좌측 사람은 햇빛을 가리기 위한 양산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사진과도 같이 그림의 시간도 박제됩니다. 겨울에 즐기는 여름의 풍경,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요.

 

 

김건숙 작가 "블럭"

김건숙 작가의 "블럭"은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왔습니다. 다들 한번쯤은 해봤을 게임 "테트리스"입니다. 여러 개의 블록을 만들고, 그 블록에 익숙한 울산의 풍경들을 그려 넣었습니다. 낡은 가게와 2층 집들. 전선들이 감아선 전봇대. 전시를 완성하는 것은 보는 사람들입니다. 여러 개의 블록을 조합하여 다시 배열하는 것이지요.

 

 

김건숙 작가 "블럭"

보는 사람들이 블럭을 조합하는 것에 따라 새로운 풍경이 탄생하지요. 저도 몇 가지 블록을 조합해서 늘어놓습니다. 전봇대 옆에 가게를 배열하고, 그 옆에 천막들을 늘어세웁니다. 다시 그 위에 집을 올립니다. 익숙한 골목길의 풍경들이 보입니다. 그 옛날 제가 살던 낡은 동네의 풍경입니다. 저 골목 어디선가 그 옛날 친구들이 뛰어나올 것 같습니다. 

 

 

"무제", 데보라.

전시회장을 둘러보는데 한 분이 다가옵니다. 바로 대안공간 42의 정민수 관장님입니다. 그림에 대해 궁금한 점을 여쪄봅니다. 작은 전시회장은 이런 점이 좋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가까운 화방에 들려 스케치북과 펜을 살 예정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저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 졌습니다. 펜으로 하는 스케치 말입니다. ^^

 

 

작은 전시실에서 만나는 작품들.

훌쩍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전시실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 속에는 새로운 풍경이 있습니다.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작가를 만나는 것이지요.  "마침표 쉼표 줄임표 그리고 물음표" 전시회는 대안공간 42에서 오는 1월 30일까지 열립니다. 

대안공간 42는 울산 중구 중앙길 158 2층에 위치합니다.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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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log.ulsan.go.kr BlogIcon 명품서진 2020.02.02 1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공간 전시회가 있군요. 멋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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