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니, 부쩍 낮이 짧아진 기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일몰시간을 확인합니다. 11월 12일 기준으로 오후 5시 16분입니다. 동문 앞 벤치에서 기다리다 해가 진 것을 확인하고 산책을 시작합니다. 신호는 가로등의 불들입니다. 이제 자연광과는 다른 인공의 색채가 도시를 물들입니다. 오늘의 산책은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푸른 밤 하늘과 노란 은행잎의 대조.

해가 졌지만, 아직 하늘은 밝습니다. 사진 애호가들을 이를 "매직 아워 - 마법의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태양이 마지막으로 드리운 빛들 때문에 하늘은 아직 어둡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시간에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환상적이지요. 고민하다 카메라를 은행나무 아래 놓고 몇 장을 찍습니다. 푸른 하늘과 노란 은행나무 잎의 대조가 말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동문 앞 "이유있는 형태" 전시회.

동문 앞 광장에 낯선 조각들이 보입니다. 찾아보니 지난 10월부터 이곳에서는 야외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유있는 형태" 전시회입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에 가로등의 불빛이 더하고, 마지막으로 조각 작품이 어우러집니다. 늦가을을 압축해 놓은 듯한 풍경입니다. 잠시 전시회를 돌아보다, 사진으로 한 장 남기고 싶어 하나의 작품을 선택합니다. 제 선택은 김진철 작가의 작품인 "이상의 날개"입니다. 

 

 

가을 낙옆이 깔린 길.

가는 가을이 아쉬워 밤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저만이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울산대공원 동문에서 남문으로 가는 길은 온통 단풍의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제가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길 오른쪽은 낙엽이 치워져 깨끗하고 길 왼쪽은 낙엽이 수북했습니다. 낙엽을 밟으며 길을 걷고 있는데, 대부분의 분들 역시 낙엽이 깔린 쪽으로 걷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가 봅니다. 

 

 

불빛이 만든 환상적인 광경.

사진을 찍다보면, 찍을 당시 의도하지 못하는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사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공원 언덕 위로 걸린 달이 아름다워 사진으로 기록하려고 했습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찍다 보니 사진에 긴 불빛의 궤적이 남았습니다. 밤이 어두운 탓에 손전등을 들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많습니다. 빛이 낮보다 부족한 밤 사진에는 이것 역시 담기지요. 

 

 

겨울 코트를 입은 하루방.

남쪽이 원산지인 나무들은 짚으로 만든 겨울 코트를 입고 있습니다. 겨우살이의 준비입니다. 나무 사이를 거닐다 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바로 돌하르방입니다. "하르방"은 제주도 말로 "할아버지"란 뜻이지요. 돌로 만들어진 할아버지 상쯤 되나요? 돌 할아버지 역시 제주도에서 오셨으니 울산의 겨울을 나려면 두툼한 코트가 필요할 것입니다. ^^

 

 

불로문.

돌로 만든 운치있는 문이 있어 다가갑니다. "불로문" 해석하면 "늙지 않는 문"입니다. 지나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의 원형은 창덕궁 후원 연경당 앞에 서 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로 가면서 왕실의 자손은 점점 귀해졌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 탓인지 왕들은 단명했지요. 불로문은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나면 "늙지 않는 문"은 지나면 "늙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6.25 및 월남참전 기념탑.

길을 걷다 멀리서 보이는 화려한 탑에 발길을 돌립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6.25 및 월남참전 기념탑"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앞선 세대 누군가의 희생 때문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울산을 위해 희생한 분들은 이곳 울산대공원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남문 앞 호수.

남문 앞 호수로 길을 잡습니다. 제가 생각한 오늘의 산책코스는 동문을 출발하여 남문에서 끝납니다. 가로등의 불빛은 호수를 다시 빛으로 물들입니다. 기록하기 위해 들고간 카메라가 조금 아쉬워지는 순간입니다. 덕분에 좋은 사진을 남겼지만 홀가분하게 호수를 따라 달려보고 싶어 집니다. 호수 이쪽과 저쪽은 다리로 연결됩니다. 산책하기도, 운동하기도 좋은 최적의 장소이지요. 

 

 

가을 밤산책은 이것으로 끝이다.

가을 밤의 산책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가을도 이제 저물어갑니다. 곧 겨울이 시작되겠지요. 늘 있는 일이지만 아쉬운 것 역시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 가을~ 울산대공원으로 밤 산책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인공 빛으로 물든 공원은 낮과는 다른 표정을 보여 줄 것입니다. 사각사각 발 밑으로 밟히는 낙엽 역시 가을의 낭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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