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가옥거리, 골목길에 촬영팀들이 보인다

지난번 초여름의 햇살이 따습던 때 구룡포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그곳의 한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시켜 먹었는데 아주 맛났습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켰던 식당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근처의 핫도그 가게에서 시켜 먹었던 쌀 핫도그도 정말 맛나서 돌아오니 그 맛이 당길 정도로 다시 먹고 싶어 지곤 했습니다. 구룡포 버스 종점 앞길에는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이 유산처럼 남겨져 새 단장을 거쳐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일본인 가옥거리를 지나 계단 오르면구룡포 전망대다

마침 한 방송사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는 시간과 맞물려 방송 녹화장면을 찍는 모습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분장한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 한 컷이라도 더 좋은 그림으로 담으려는 카메라, 보조하는 제작진들의 열심 때문에 한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지켜보며 구경하였습니다.

 

 

호미곶에서 유명한 상생의 손

그리고 5분여 내달려 도착했던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뜬다는 간절곶과 쌍벽을 이룰 만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했습니다. 호미곶의 새천년기념관과 기타 조형물과 아울러 ‘거꾸로 가는 시계’는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번에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선포식 행사에 등장했던 깡통 열차도 명물이었는데 그곳에서 영업하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을 수차례 찾아가고 인허가를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관계자분 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생포 마을 이야기길의 비오는 날 운치

글 서두에 ‘구룡포 여행기’를 서술하는 까닭은 장생포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생활의 터전인 동시에 관광특구이기에 관광객들이 찾아왔을 때 볼거리와 아울러 먹거리와 연계되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관광지에서 사소한 여러 요소들이 서로 잘 조화를 이뤄낸다면 여행 왔다간 사람들은 좋은 추억이 되고, 다시 또 찾아오고 싶어 질 것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장생포 둘레길 장생옛길도 여행객들에게 크고 화려하게 다가서지 않을지 모르지만 누룽지 국물처럼 구수한 여행의 맛을 남길 것이라 여겨집니다.

 

 

야구에 빠진 어린이들
장생포 출신 윤학길 야구선수 기념 동상

제게 장생포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부두의 하역을 담당했던 근로자였는데 가족부양의 무거운 짐을 진 탓인지 퇴근길에는 으레 막걸리 냄새를 풍기곤 했습니다. 퇴근한 아버지의 두발을 세숫대야에 담아 물로 씻겨주는 것은 저의 저녁 임무였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온 가족이 장생포 고래문화 특구로 진입하는 입간판이 있던 추억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기억에도 없지만 흑백 가족사진에는 사진관의 이름처럼 온 가족의 추억이 서려 있음을 압니다. 처용암 넘어가는 석유화학공단의 부곡에 있던 중학교로 대거 유입된 장생포초등학교 동창생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습니다. 신화마을 인근 만수 밭에서 살 때 형과 토끼풀을 뜯으러 부두로 다녀오곤 했던 저는 형과 함께 장생포에서 일명 망둥어로 불리는 꼬시래기 낚시도 엄청 많이 다녔습니다.

 

 

아래 사진 이정표가 가르키는 고래문화마을 가는길
텃밭 가꾸는 주민 사이로 탐방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가난한 시절이지만 장생포에서 나는 고래 고기도 많이 먹었고, 갈치 고등어 홍합 명태를 비롯한 해산물은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은 기억이 선연합니다. 오 남매를 키우느라 오랜 세월 아버지와 맞벌이를 했던 어머니도 울산에 정착한 처음에는 집에서 술빵을 만들어 곳곳을 다니며 팔아서 생활했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신문 지국 총무 일을 했는데 장생포에 신문 값을 받으러 공장과 상가와 가정집 곳곳을 방문하곤 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어찌 보면 장생포는 제게 고향 같은 정서적인 푸근함을 안겨줍니다.

 

 

얼마 전 조성된 장생옛길과 장생포 둘레 길에는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와 일본 사람들의 영향으로 포경의 전진기지(前陣基地)가 된 장생포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벽화에 잘 담겨 있습니다. 벽화에는 격동기를 살아온 장생포 사람들의 윤슬 같은 일상의 편린(片鱗)들이 켜켜이 쌓여 있기에 장생 옛길에서 추억의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벽화

 

 

 

Posted by 박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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