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달구던 뜨거운 기운이 시원한 바람에 사라지고 이제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을 느끼는 10월의 끝자락입니다. 10월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라 하여 결혼시즌이라고도 불리죠? 아마 다들 결혼식 참석 많이 하셨을 텐데요. 저는 이번에 울산향교에서 특별한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울산향교'입니다.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곳으로 1800년 이후 26번이나 공사를 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향교란? 조선시대의 공식적인 지방교육기관이며 향교건물은 문묘와 학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실인 명륜당과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습니다. 울산향교에서는 전통방식의 성년식, 한시, 백일장, 전통혼례, 서예교실 등 잊혀가는 우리의 전통을 묵묵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전통 혼례답게 예쁜 꽃가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꽃가마는 형교에서 대여를 해주며 가마꾼만 있으면 실제 타고 퇴장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결혼식의 신부는 이것을 하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도록 포토존으로 꾸며놓아 색달랐습니다.

 

이번 결혼식을 전통혼례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하나는 신랑이 노르웨이 사람이기에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결혼식을 보여주고 싶어서 결정했다고 합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한복을 맞춰 입고 가마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연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국적 상관없이 결혼식은 모두가 행복한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혼례지만 하객과 신랑측 가족들을 생각하여 현대식 상 꾸밈과 음식들이 준비되었습니다. 남의 결혼식에 많이 다녀 봤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 건축물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혼례는 처음 보았습니다. 푸르른 소나무와 맑은 가을 하늘, 그리고 살랑대는 가을바람 속에서 진행되는 전통혼례는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결혼식은 주례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진행되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온 시댁 식구들에게 한국의 전통혼례는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행동은 무슨 의미이고 어떤 뜻인지 꼭 알려드리고 싶다는 신부 측의 배려로 준비된 것입니다.

 

 

신랑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결혼식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절대로 못 보는 게 무엇인 줄 아시나요?

바로 사랑하는 신부의 얼굴입니다. 신랑은 결혼식이 시작되면서부터 얼굴을 가리고 예를 갖추어 등장하며 신부는 대기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양 팔을 위로 들어 눈썹에 맞추어 절대로 손을 내려 신랑의 얼굴을 보거나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신기하였습니다.

 

 

 

표주박에 있던 술을 한잔씩 마신 후 주례자에게 건네주면 표주박을 위로 들어 올려 이 표주박처럼 꼭 맞는 한 쌍이 탄생했음을 모든 하객들에게 정식으로 선포하며 하객들을 향한 인사와 함께 결혼식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전통혼례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우리 선조들이 결혼에 갖는 아름다운 의미들이 많았습니다.

 

요즘 결혼식보다 시간은 사실 조금 더 깁니다. 대략 20분이면 끝나는 결혼식과는 달리 전통혼례는 주례자가 하나하나 의미를 알려주기도 하고 신랑과 신부가 절하고, 술을 마시고, 다시 절하는 등 절차가 있어서 짧은 편은 아니지만 인생에 한 번뿐인 순간을 천천히 오래 기억하는 전통혼례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전통혼례에 관심 있거나 울산향교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울산향교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서소미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