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 1.6배에 해당하는 큰 면적을 가진 울산시가 가진 국보는 몇 점일까요? 아쉽지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니 '없는 거나 다름없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정확히 딱 두 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퀴즈! 그럼 이 두 개는 무엇 무엇일까요? 정답은 '울주 천전리각석',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개의 국보가 서로 지척에 위치합니다. 대곡천을 곁을 두고 도보로 2Km 정도입니다.

 

울산 시민이라면 가보지는 못했더라도 모르는 이가 하나 없을 반구대 암각화는 인류 최초의 고래 잡이 흔적이 새겨진 대한민국만의 보물이 아니라 인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청동기 시대의 기하학적 문양, 동물과 신라인의 명문이 새겨진 천전리 각석 역시 이에 못지않은 문화유산입니다. 이런 인류 문화유산인 대곡천 암각화를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뜻있는 이들이 모여 2013년 '반구대 포럼'을 창립합니다. 이후 대곡천 암각화를 알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지금껏 해오고 있는데요 2019년 가을을 맞아 '대곡천 반구대 인문학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10월 3일을 시작으로 5주간 마련한 이번 행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시민들과 함께 대곡천을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중. 고등학교 시절 지리와 지구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10월 3일 있은 '대곡천 선사 지리 여행'에 신청을 해서 다녀왔습니다. 

 

 

답사를 이끈 건국대 지리학과 박종관 교수가 이날 답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때 아닌 10월 태풍으로 말미암아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지 전날까지도 알 수 없었는데요. 다행히 3일 새벽에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빠져나감에 따라 오후에 예정대로 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답사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계속적으로 강조한 말이 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새의 눈입니다.  눈 앞에 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처럼 이 땅의 모습을 하늘에서 크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 벌레의 눈입니다. 아주 가까이서 땅의 변화를 바라보는 눈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석의 눈입니다. '과거-현재' 시간을 마음대로 오가며 이 땅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눈입니다."

 

 

일반적인 대곡천 역사 트래킹 코스 '천전리 각석~반구대암각화'

 

이날 대곡천 선사 지리 여행 코스 - 기존 코스에서 위.아래로 훨씬 확장해서 대곡천의 형성 과정을 살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대곡천 탐사 코스인 '천전리각석-반구대 암각화'를 훌쩍 벗어나 천전리 각석에 이르기 전의 대곡천 모습을 살피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여정이 되었습니다. 

 

 

좌측 하단 구량천과 우측 상단 마병천이 만나 대곡천을 이룬다

 

구량천 합류지점에서 만난 마병천 단애(斷崖) - 위 사진 빨간원 지점

"화랑체육공원에서 구량천과 합류지점까지 이 좁은 물길(마병천)이 어떻게 산지를 뚫고 협곡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합류 지점에 보이는 단애(斷崖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를 보면 저기 위쪽에도 분명히 물이 흘렀거든요. 아마 1억 년 전에 이곳은 호소(湖沼)가 있었을 겁니다. 이곳이 서서히 융기하면서 호숫물은 아직 채 굳지 않은 호소 퇴적층을 뚫으며 고도가 낮을 쪽으로 흘러갔을 테고, 이후 점차 융기와 하천 침식 작용이 가속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계곡이 만들어졌을 겁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있죠. 정말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습니다. 

 

 

태풍 '미탁' 탓에 천전리 각석 진입이 불가능했다
천전리 각석을 보지 못한 채 각석 입구 쪽 그늘에서 설명이 이어진다

 

천전리 각석(이미지 출처 - 울산사진DB)

이날 탐방을 진행하면서 하나 아쉬웠던 점은 전날 태풍 탓에 대곡천 수량이 너무 불어나 천전리 각석으로 진입이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또 대곡천을 따라 산길 역시 걷는 것이 힘들어서 천전리 각석까지 갔다 되돌아 나와서 차로 암각화 박물관으로 이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대곡천으로 따라 걸었으면 이번 탐방 내용이 훨씬 풍부해졌을 텐데 말이죠. 무척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천전리 각석은 역단층에 의해 만들어 졌다 - A 역단층 B 정단층 C 수평단층 (위키백과에서 인용)

"수많은 곳 중에서 왜 하필 이곳에 문양을 새겼을까요? 이곳 천전리 각석은 역단층에 의해 만들어진 겁니다. 각석 양쪽에서 횡압력이 가해져 단층면이 삐져나와 그 평탄면에 암각화를 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 각석 근처의 암반을 보면 역단층에 의해 생긴 매끈한 바위 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간에는 이 각석이 기울어져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이러한 견해는 난센스에 불과합니다."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2005년 완공 후 두 번째 방류를 했다
평소 대곡댐은 수문 개방 대신 이쪽으로 물을 흘려 전기를 생산한다

태풍 '미탁' 탓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귀한 장면을 만났습니다. 천전리 각석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면서 대곡댐 방류 모습을 본 것입니다.  99년 공사에 들어가 2005년 완공을 한 대곡댐은 울산 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대곡댐 완공 전에는 낙동강을 끌어와 정화해서 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했더랬죠. 평소 대곡댐은 전기 발전소 쪽으로 물을 흘려보내 전기를 생산하다 보니 수문을 개방하지 않는데요. 전날 많은 비로 만수위가 되어서 수문을 개방했습니다. 2005년 대곡댐 준공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수문 개방이랍니다. 15년 동안 두 번만 개방했으니 당분간은 보기 힘든 풍경을 우연히 마주했네요.

 

 

반구서원에서 암각화 쪽으로 직진하지 않고 파란선처럼 대곡마을 쪽으로 돌아 간다

암각화박물관 쪽으로 이동해서 이번에는 반구대 쪽을 둘러봅니다. 집청정과 반구서원은 오늘 탐방 성격상 제외하고 암각화 쪽으로 바로 이동을 했는데요 암각화 쪽이 아니라 대곡마을 쪽으로 향합니다. 

 

 

반구서원에서 대곡마을 가는 길- 좌측 논이 옛날 물길이었다

 

처음에는 대곡천이 빨간 선처럼 지금의 대곡마을 쪽으로 흘렀다

 

한반도 대표적인 구하도 중 한 곳, 영동군 황간읍 구하도 - 가운데 논이 원래 물길이었다

"원래 이 좌측 논으로 대곡천이 흘렀을 겁니다. 원래 둥글게 흐르던 대곡천이 반구서원 쪽의 활발한 측방침식 결과 대곡마을 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곡류천 목이 절단돼 지금의 암각화 쪽으로 바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물길이 달라지면서 이쪽은 이처럼 구하도(舊河道 옛 하천이 흘렀던 물길)가 된 것이지요. 과거에 이  쪽으로 물이 흘렀으니 논 뒤쪽으로 양지바른 저기 위쪽에서 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당시 저쪽이 좋은 주거 환경을 가졌습니다."

 

반구대에 수 십번 왔으면서도 대곡마을 쪽으로 걷기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설명을 듣다보니 한반도를 대표하는 구하도가 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일부러 찾았던 영동군 황간읍이 생각났습니다. 설명과 함께 위성사진을 보니 단번에 대곡마을의 지형 역사가 생생히 눈에 그려집니다. 

 

 

대곡마을과 대곡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습지 - 대곡마을이 구하도였다는 증거다

"대곡마을이 구하도였다면 마을 아래로는 지금도 물길이 있을 겁니다. 논 아래로 스며든 지하수는 계속 흐르고 있겠죠. 흐르다 어느 지점에서 지하 물길이 막히면 땅 위로 솟구치는 지점이 있겠죠. 그러다 보면 습지가 형성될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 역시 마을 끝쪽에 조그만 습지가 있는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암각화 관찰 지점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감한다

대곡박물관에서 시작하여 대곡천의 과거를 하나둘 밝혀 가며 암각화까지 도달하다 보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좀 더 많은 얘기를 듣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시간 관계상 여기서 오늘의 일정을 마감합니다. 반구대 포럼 측에서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두 시간 해설을 요청했다고 말하면서 약간은 머쓱한 표정을 짓습니다. 4시간이 무척 길까 봐 조마조마했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오전부터 이 행사를 시작했어야 했다며 무척 아쉽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이구동성으로 다음에는 꼭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자고 그러니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나 봅니다. 저 역시 4시간이 너무 짧아서 많이 아쉬웠는데요 그만큼 평소에 접하기 힘든 주제로 무척 흥미진진한 탐방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대곡천을 또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고요.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주제로 11월 9일까지 반구대 포럼이 준비한 이번 인문학 여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관심 있는 이라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 바랍니다.

 

 

http://bangudaelove.com/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307&me_code=6010

 

2019대곡천 반구대 인문학여행 참가자모집 > 공지사항 | 반구대암각화

> 참여공간 > 공지사항

bangudaelove.com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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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현희 2019.10.22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사는 손동석이라는 입양인친구의 고향을 찾고 있어요. 그의 기억에 따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울산삼촌집에 맡겨지기전 고향마을에 폭포가 있었고 다리아래 강이 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큰길을 따라 비탈을 올라가면 형들이 다니던학교도 있었고 더올라가면 자갈이 있는 채석장이 있었다고 해요. 두형을 따라다니며 물가바위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헤엄치며 놀았구요. 제가 도움될것이 없을까하여 여기저기 찾아보고 있는데 혹시 이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삼촌도 두분이 계셨다는데 한분은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셨고 한분은 사무직에 계셨다고 해요. 삼촌에게 딸이 태어났던것 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사연을 아시는 분 또는 지역이라도 추측되시는 분은 banetkorea@gmail.com 으로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대구 경찰서 장기실종아동 수사팀으로 연락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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