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찾을 때는 항상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몇 번을 방문해 익숙한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전시가 기다리고 있지요. 마치 학창시절에 새학년이 시작되어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전백진 작가 초대전시회를 보는 느낌 역시 그러합니다. 

 

 

강철로 만든 곡선의 아름다움.

전백진 초대전은 "울주아트 지역작가 공모" 전시회의 일환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전시회이지요. 2019년에는 50명의 작가들이 응모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작가들의 수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울주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되고, 울주문화예술회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어찌되었건 울산의 예술애호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요. 

 

 

Empty Wave_Lip

자, 그럼 전백진 작가의 초대전을 돌아볼까요?

전시회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강철로 만든 곡선"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얇은 강철의 파이프를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 인체의 곡선을 표현합니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입술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단단한 강철로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작가의 솜씨가 엿 보이는 작품입니다. 

 

 

Empty Wave_시선

"시선"의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조각을 하는 조각가가 가장 묘사하기 힘든 부위는 "눈"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 때 사람의 눈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하기에 조금만 위화감이 들어도 바로 알아채는 곳이지요. 정면을 응시하는 눈매와 눈 위에 눈썹까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Empty Wave_자아

자아(自我), "나 자신"이라는 제목을 붙은 작품을 지긋이 바라봅니다. 눈을 감고 있는 평온한 표정의 얼굴. 작가의 얼굴일까요? 눈에서 코, 입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놀랍습니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표착한 표정이지요. 높이가 138cm에 달하는 이 대작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요?  

 

 

Empty Wave_表流 (표류)

얼굴 전체를 묘사하지 않고 생략한 작품도 있습니다. 눈 아래쪽에서 코와 입술 부분만 남은 "표류"라는 작품이지요. 입은 굳게 마물고 있습니다. 눈은 어떨까요? 어떻게 보면 앞서 언급한 작품 "시선"의 얼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를 보여주는 것보다 부분만 보여주는 이런 방식도 재미 있습니다. 남은 부분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Empty Wave_self

앞이 아니라 옆에서 본 얼굴입니다. 먼저 작품 전체를 보고 부분을 봅니다. 하나 하나 연결된 파이프를 따라 작품의 곡선을 따라 가는 것이죠. 배경이 되는 직선과 갑자기 곡선이 되는 인체 부분은 하나하나 접합해서 연결했습니다. 쉽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작업방식입니다. 강철을 엿가락처럼 주무르는 장인의 솜씨입니다. 

 

 

Empty Bottle #1

병을 묘사한 연작 "Empty Bottle" 연작도 재미있습니다. 색을 달리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반쯤 차 있는 병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체묘사 때와는 달리 군데군데 파이프를 쓰지 않고 비운 것도 흥미롭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얼굴과는 달리 병의 형태는 일정하기에 이런 생략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mpty Bottle #3

아참, 전시회의 주제는 "흐름의 형태"입니다. 얼굴과 신체의 선을 다룬 작품들과 빈 병을 다룬 작품들.

모두 "흐름"을 묘사한 것이지요. 작품들의 외형에만 주목하지 않고 선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읽어보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금속파이프를 하나하나 절단하고 붙이는 힘든 작업방식은 "흐름"을 표현하기 위함이니까요. 

 

 

전백진 초대전은 오는 27일까지 열딘다.

울주아트 지역작가 공모 "전백진 초대전"은 오는 6월 27일까지 울주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 낸 비어있는 병과 인체의 선이 있습니다. 사람의 입술과 눈, 얼굴표정까지~~ 파이프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울주문화예술회관 전시실을 찾아 작품 전체에 흐르는 "흐름"을 읽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다루기 힘든 소재로 표현된 "흐름"을 읽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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