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금요일, 요즘 말로 "불금 - 불타는 금요일"입니다. 태화루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공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태화루에는 특별한 공연이 열립니다. 울산의 예술인들이 태화루를 무대로 펼치는 "풍류극장"이 그것이지요. 프로그램 역시 울산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무용과 소리입니다. 이날 태화루를 가득 채울 예술인들은 춤꾼들이지요. 

 

백시향 시인의 낭독이 시작된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백시향 시인의 낭독이 시작됩니다. 울산을 대표하는 외교관인 "이예" 공의 편지입니다. 나라 일로 일본에 건너간 이예 공은 고향에 머무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돌이켜 보면, 나라의 명을 받고 사행을 온 것이 벌써 40회이구나, 바다를 건넌 횟수만 따지면 80회가 된다." 아들에 대한 염려와 나라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글귀입니다. 

 

울산학춤이 시작된다.

충숙공 이예 공의 편지가 낭독된 이유가 있습니다. 풍류극장 첫 공연에 특별한 손님이 오셨기 때문입니다. 한국 서울에서 바다를 건너 동경까지 걸어가는 사람들, 바로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사절단이 오늘의 게스트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양국의 평화를 생각한 이예 공의 마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귀감이 됩니다. 난맥처럼 얽힌 역사문제를 한번에 풀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가면 가능할 것입니다. 

 

마치 학이 춤을 추는 듯한 몸놀림.

낭송이 끝나자 울산학춤이 시작됩니다. 학과 울산의 인연은 옛 부터 특별했습니다. 울산에 지어진 성을 "학성"이라고 했습니다. 성을 지을 때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 하여 "학성"이라고 부른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충숙공 이예 공의 가문은 "학성 이씨"입니다. 학성이란 명칭은 울산을 지칭하기도 했다는 반증이지요. 춤 꾼들의 도포자락은 학의 날개가 됩니다. 덩실덩실 나는 듯한 춤 사위가 태화루를 가득 채웁니다.   

 

정녕의 춤

공연 중간, 사회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냥 봐도 아름답지만 전통문화는 그 뿌리를 알아야 속속들이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모인 분들은 울산시민 뿐 아니라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걷기에 참여한 일본 분들과 타이완 분들도 계십니다. 통역 분의 도움을 받아 즉석해서 학춤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합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지만 보는 눈은 모두 같습니다.

 

태화루 넓은 마루는 공연장이자 관람석이 된다.

전통건물인 태화루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흔한 것이 아니지요. 조명과 음향기기를 설치하는 것도 힘들고 춤을 추는 동안 뛰어야 하는 춤꾼 들에게도 힘든 공연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춤을 추는 춤꾼들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어 몰입감도 배가 됩니다. 그 옛날, 울산학춤을 추던 사람들 역시 이러했을 것입니다. 신을 신고 들판에서 또는 넓은 대청마루에서 학춤을 췄겠지요. 

 

양반춤이 뒤따른다.

다음은 양반춤입니다. 양반들이 흥에 겨워 춘 춤이지요. "시인묵객"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시가 곧 노래이고, 흥이 겨우면 춤도 추었습니다. 멋쟁이 양반들의 필수품이었던 접는 부채와 담배 곰방대가 춤에 사용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부채를 들었다가 확 하고 펼집니다. 오른 손에 부채를, 또한 왼손에는 곰방대를 들어 춤선을 표현하는 식이지요. 따로 또 같이 모이고 흩어지는 동선이 아름답습니다.  

 

코 앞에서 춤꾼과 만난다.

양반춤은 춤선이 곱고 아름답습니다. "문인화"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글공부 하는 선비들이 그려 "문인이 그린 그림"이라 "문인화"라고 부릅니다. 선비를 상징하는 사군자를 그린 것이 대표적이지요. 전문화가가 그린 그림과 비교하면 표현이 담백한 것이 특징입니다. 양반춤 역시 그러합니다. 음식으로 치면 양념이 거의 없고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린 소박한 맛이라고 할까요.  

 

마지막 무대 "처용무"

아쉽지만, 오늘의 마지막 무대인 "처용무"입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처용은 용의 아들입니다. 혹자는 외국에서 배를 타고 들어온 외국인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요. 어찌되었건 처용이 들어온 곳은 지금의 울산 개운포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용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 것을 계기가 되어 후세의 사람들은 "처용무"를 추게 되었지요. 사악한 것을 쫒는 "벽사"의 의미가 담긴 춤입니다. 

 

처용무로 오늘의 무대는 끝이 난다.

아쉽게도 춤판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풍류극장은 이어집니다. 봄, 가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이 되면 태화루 누각 위에서 전통무용이나 소리가 울려퍼 질 것입니다. 다음 공연은 4월 27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입니다. 태화루 예술단이 "퉁치고 놀아보세"라는 제목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놀 준비 되신 분들이라면 태화루로 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널직한 마루에 조명이 설치되고, 한판 신명난 놀음이 펼쳐질 것입니다. ^^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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