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갔다 돌아오려 하였다. 낮에 물가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캄캄하게 덮여 길을 잃게 되었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주위 사람들에게 물으니. 일관이 아뢰었다. 
"이는 동해에 있는 용의 변괴이니, 마땅히 좋은 일을 하여 풀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용을 위해 근처에 절을 짓도로 유사에게 명령하였다. 명령을 내리자마자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흩어졌다. 이 때문에 그곳을 이름을 개운포라 한 것이다... (중략) 왕이 돌아오자 곧 영취산 동쪽 기슭의 좋은 땅을 가려 절을 세우고 망해사望海寺라 하였다. 망해사를 혹은 신방사라고도 했으니, 이는 처용을 위해 세운 절이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처용랑 망해사處容郞望海寺」 중에서

 

울산은 한반도 1000년 수도 경주의 외항으로서 한반도 동남부 지역 내륙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감당했기에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주요 사건의 무대가 된 지역입니다.  그만큼 신라시대 역사의 흔적이 울산 곳곳에 베여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처용이 등장하는 개운포 지역은 장소가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더라도 중. 고등학교 국어시간 처용가를 배우면서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장소입니다. 

 

 

처용암과 마주한 개운포 성지
처용암

동경 밝은 달에 밤새도록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가 
본래 내 것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 하리
 - 처용가

 

처용가나 처용무에 관한 연구 논문만 300여 편에 이를 정도로 국문학 연구에서 단일 주제로 가장 많은 편수를 자랑합니다. 그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처용은 울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기에 1967년 시작하여 올해로 53회를 맞는 울산의 대표 축제 이름이 '처용문화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처용이 등장하는 삼국유사의 해당 부분의 제목이 그냥 '처용'이 아니라 '처용랑 망해사'입니다. 처용을 위해 세운 절이 망해사이니 처용과 더불어 망해사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으련만 현재 울산에서는 관심이 적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봄날의 망해사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망해사는 조선시대 말기에 폐찰이 되어 이후 농지로 이용돼 오다가 1957년 영암 스님이 발굴, 당우를 건설하고 주변을 정리하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현재 울산 주위에 있는 유명 사찰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조용한 봄을 즐기고자 하는 이에게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망해사 들머리부터 봄의 절정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중.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봐오던 장소를 찾는 시간이기에 봄날 역사 기행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면서 망해사가 가진 얘기를 들려줘도 꽤 괜찮은 나들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일 년 내내 시간을 내면 만날 수 있는 망해사이지만 개인적으로 망해사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로 봄을 꼽고 싶습니다. 그만큼 봄날의 망해사는 풍경만으로도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망해사의 봄
봄날 망해사는 곳곳이 소담스럽다

우리가 어느 때 부터인가 봄꽃 하면 벚꽃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지만 봄날 벚꽃만 있는 건 아니지요. 망해사 역시 그러합니다. 망해사 주위로 산책을 하는 동안 곳곳에 소담스럽게 핀 봄꽃을 만날 수 있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줍게 피어난 다양한 봄꽃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망해사에서 바라본 동해 바다 - 개운포가 직선 거리에 놓여 있다

망해사를 거닐다보면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는 저 멀리 동해바다가 아른거리는데요 방향이 정확히 개운포로 향합니다. 그 옛날 개운포에 구름이 걷히고 저 멀리 바라도 보이는 산이 바로 여기 영축산 망해사 절터 즈음이었겠죠.  개운포에서 조금은 먼 이곳에 망해사를 세운  바가 절로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보물 제 173호 망해사지 승탑
망해사지 승탑 - 통일신라 말기 탑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 하나는 승탑입니다. 현재 망해사 뒤편에 위치한 승탑은 보물 제 173호로 울산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보물입니다. 승탑이란 이름난 스님의 유골을 봉안하기 위해 세운 돌탑을 의미하는데요 망해사 터를 지키고 있는 이 승탑은 9세기 말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쉽게도 상륜부가 모두 없어진 상태이지만 하단부 팔각원당은 통일신라 말기 탑의 우아함과 단아함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봄날 저마다 인생 사진을 찍으로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기 바쁜 4월입니다. 또한 인생 사진을 찍으러 간 명소에서 꽃보다 사람이 많아 가끔 놀라기도 하는 기간입니다.  꽃도 꽃이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봄날을 만나고자 하는 이라면 울산 곳곳에 숨은 역사적인 장소에서 나만의 봄을 만들어 보길 바랍니다.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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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짜 2019.04.11 1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울산에 이런 역사적인 곳이 있군요. 덕분에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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