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불고기로 유명한 울산지역 봉계의 조형물이고 아래 사진은 똑같이 불고기로 유명한 언양 지역의 조형물입니다. 사실 저는 봉계에서 태어나서 언양에서 자라, 봉계와 언양의 불고기 특구의 흥망성쇠를 쭉 지켜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양은 고깃집 유행이 지나고 난 후에도 새로운 산업단지가 생기고 KTX역이 들어서고 아파트 단지도 많이 생겨서 북적북적해졌지만 한때 전국에서 몰려온 차들로 주차할 데가 없던 봉계지역은 많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럼 언양 봉계 불고기 특구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해 볼까요? 





사실 언양불고기는 예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에 따르면 언양지역에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도축장과 푸줏간이 많았다고 하네요. 고속도로 건설을 하던 노동자들이 언양 지역의 소고기 맛을 보고 소문을 내서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는데요, 이때부터 언양에 소고기 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자 먼 지역에서도 언양 불고기를 먹으려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양에서 계속 살아온 저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언양 소고기 맛을 보았습니다. 고깃집을 하는 친구 생일잔치에 가서 처음으로 소고기를 배 터지게 먹어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살살 녹는다는 표현은 이때 쓰는구나, 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언양에는 이렇게 떡갈비를 하는 고기집이 많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다져서 석쇠에 구워내는 불고기 보다 소금구이가 언양 소고기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양 소금구이를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데요. 육질이 너무 부드러워서 정말 씹지 않고도 넘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언양 소고기가 일본의 와규 저리가라 하는 부드러운 식감을 내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는군요. 


먼저, 언양지역에서는 식탁에 올릴 소고기를 까다롭게 고릅니다. 암소만을 도축하는데 새끼를 두 마리 이상 낳은 암소는 고기가 질길까봐 잘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도축한 지 24시간 이내에 신선하게 조리한다고 합니다. 


고기를 굽는 과정도 까다로운데요. 고기를 구울 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백탄을 쓴다고 하네요. 백탄은 숯불을 굽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산화탄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배즙과 양파즙으로 고기를 재워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해, 석쇠에 구워 내놓는다고 하네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언양불고기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1990년부터 불어닥친 봉계 불고기의 유명세가 한몫을 했습니다. 언양지역에 예전부터 소고기 집들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미어터질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1990년 대에 봉계 소고기가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언양지역에 있는 고깃집들도 성황을 이뤘습니다. 


제 고향이자 1990년대 처음 보는 외제차들로 붐비던 봉계 불고기 특구를 다시 한 번 찾아가 봤습니다.



▲언양에서 봉계로 가는 유일한 버스


▲군데군데 폐업한 고깃집들


한때는 문전성시를 이루던 봉계지역 고깃집들은 이제 영업을 정리하고 큰길가의 고깃집들만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났던 1980년대만 해도 봉계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주민들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마을 중앙의 농기계 상점, 슈퍼가 중심이 된 작은 마을이었지요. 


수도시설이나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집들이 많아서 주민들은 아침마다 마을 공동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오고 아주머니들은 공동으로 모여서 마을 빨래터에서 빨래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고역이었던 건 화장실이 없는 집이 많아서 주민들이 공동화장실을 함께 썼다는 건데요, 어린 저는 뛰어서도 3분이나 걸리던 공동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워서 밤에는 참다 참다 오줌을 싸 버린 기억도 있네요. 



▲예전 마을 공동화장실자리에 공중화장실이 있었지만 이제는 외지인들만이 쓸 것이다


이랬던 봉계가 1990년대 소고기집 열풍에 휩싸이게 됩니다. 원래는 제가 살던 집 앞에 있던 식육점이 유일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지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주변 가게들이 전부다 소고기집으로 변했습니다. 


너도나도 다 소고기집으로 바뀌어서 마을 주민 전체가 숯불을 굽는 사람들과 고기를 굽는 사람들로 나누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변해 버렸었죠. 하지만 그 유행도 오래가지는 못했고 한때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불고기 타운 봉계는 거의 30개에 달하는 고깃집들 팻말들 만이 옛날의 영광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거의 30개에 육박하는 봉계 고깃집들


사실 봉계 구석구석에는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보석 같은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데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간 저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간 기분이었답니다. 혹시라도 봉계에 고기를 드시러 가신다면 다음과 같은 옛 건물들을 둘러보면서 산책을 즐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교회


▲지금은 영업을 정지한 철물점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과 머리방(미용실)


▲아직 옛날 그대로인 키 작은 건물들. 30년 전만 해도 2층집이 최고층이었다 


사실 봉계는 경남과 경북의 경계점입니다. 울산광역시로 편입되기 전에 봉계는 울산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붐비던 봉계버스정류장은 어느새 옛날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졌더군요. 청년들로 붐비던 당구장이나 마을 주민 센터 같은 것도 이제는 빈 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옛날 당구장 건물


▲사람들로 붐비던 옛 청년회관 터



다시 언양으로

 

이에 반해 언양은 근 몇 년간 거리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장날마다 막히던 거리가 넓어지고 차와 사람이 뒤엉켜서 혼란스럽던 거리들이 깔끔하게 정비되었습니다. 차도와 인도를 연결하는 거리에는 자그마한 분수 같은 시설도 설치되어 더욱 운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새로 깔끔하게 조성된 언양시내 거리


고깃집들 뒤로는 시골 감성을 가득 품은 골목길들도 잘 보존 되어 있으니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양읍성 주위로 예술조성사업이 추진되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언양읍성 주위로 아직 옛날의 풍취를 간직하고 있는 골목길


▲골목을 따라 언양읍성 마을의 역사도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울주군은 언양 봉계 지역을 불고기특구로 지정하고 여러 가지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아직 언양 봉계 소고기 맛을 보신 적이 없다면 한 번 이 지역을 방문해서 살살 녹는 소고기 맛도 보시고 운치 있는 옛 마을 풍경도 한 번 즐겨보는 게 어떨까요?

 


 


  

Posted by 한성규한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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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log.ulsan.go.kr BlogIcon 명품서진 2018.06.14 2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양이 고향이시군요
    경기 살길 바래요

  2. 고로로 2018.06.19 0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 고향 유년시절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니 더욱 흥미롭네요.

    잊지 못할 추억과 어우러진 봉계 불고기 특구 이야기 읽으니 고기 먹고 싶어집니다.

    위치적인 것도 있고 저는 봉계 보다는 언양에서 자주 먹게 되더라고요.

    일본 와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맛있고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는 곳이 언양이라 생각합니다. ^^

  3. 2018.06.23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봉계에 대해 수정 할 부분이 있어 글남깁니다.
    고깃집과 철물점은 확장이전 했구요
    당구장도 얼마전 건물이 팔려서 다른곳으로 이전했습니다. 마을회관도 예전에 매각되었고 지금은 다른 신건물 회관이 있구요.
    수고하십시요

  4. Favicon of https://blog.ulsan.go.kr BlogIcon 한성규한성규 2018.07.02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정사항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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