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아니더라도 '문수사', '관음사', '미륵사' ...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나는 사찰 이름입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사찰의 이름은 문수보살, 관음보살, 미륵보살처럼 주로 보살의 이름을 따다가 붙인 것입니다. 또한 '용화사', '극락사'처럼 불경에 나오는 장소에서 이름을 딴 사찰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런 이름과 사뭇 다른 어감의 '동축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 울산 동구 남목 감나무골에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동축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은 여기 동구 동축사가 유일합니다.




 

남목에서도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동축사는 남목 주민들에겐 익숙하더라도 불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겐 위치는 커녕 존재 자체도 무척이나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꼭꼭 숨어있는 곳이지만 벚꽃 피어나는 봄날 동축사로 향하는 길은 이런 낯섦과는 상관없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봄날이면 사찰 주위로 소담스럽게 벚꽃이 피어난다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는 신라시대 혜초 스님의 '다섯 천축국 방문기(왕오천축국전 往五天竺國傳)'에 보이는 한자 竺(축)이 여기 동축사東竺寺에서도 보입니다. 天竺이란 한자로 당시 인도를 일컫는 단어인데요 여기 동축사 역시 인도와 관련이 있는 사찰임을 이름에서 느낌이 오지 않으세요? 예, 진짜로 고대 인도와 연관이 있습니다. 동축사의 연대와 창건 기록이 무려 '삼국유사'에 정확히 등장합니다.

『삼국유사』권3「황룡사장육皇龍寺丈六」편에서 옮겨 봅니다.


  "신라 제24대 진흥황이 즉위한 14년 계유년(553) 정월에 용궁의 남쪽에 대궐을 지으러 하였는데, 그 땅에 황룡이 나타났다. 이에 고쳐서 절로 삼고 황룡사라 하였다. 기축년에(569)에 이르러 비로서 완성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 남쪽에 큰 배 한척이 떠와서 하곡현 사포에 닿았고, 그 안에는 공문이 있었다. 공문에는 인도의 아육왕이 황철 5만7천근과 황금 3만 푼을 모아서 석가삼존상을 주조하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여 배에 실어 바다에 띄우며, 인연이 닿는 국토에서 장육존상을 주조하길 기원한다 하였다. 더불어 불상 1국와 보살상 2구도 모형으로 만들어 함께 실려 있었다.

하곡현의 관리가 문서로 보고하자, 명을 내려 그 현의 동쪽 높고 트인 곳을 동축사로 짓고 그 삼존상을 안치토록 하고, 금과 철은 서울(경주)로 옮겨왔다"

 


이렇듯 삼국유사에 등장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오래된 절입니다. 자연스레 울산에서는 시기적으로 가장 오래된 절이 바로 동축사입니다. 다만 지금 동축사가 위치한 자리가 삼국유사에서 나오는 '높고 트인 곳'인지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동축사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조금만 올라가면 이렇듯 동해로 탁 트인 장소를 만날 수 있는데요 마골산 일대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관일대'입니다. 여기서 동구를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삼국유사의 '동쪽 높고 트인 곳'이 이 곳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다시 벌렁거리고 삼국유사의 장면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 사연을 모르고 찾는 이들에게도 대웅전 앞에 가지런히 놓인 삼층석탑을 만나면 동축사의 유구한 역사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역사와 상관없이 동축사는 불자에게는 울산 인근 3대 기도처 - 문수산의 문수사, 천성산의 미타암, 마골산 동축사 - 중 하나이기도 할 만큼 뛰어난 전망을 갖고 있는 사찰입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고지대이면서도 사찰을 돌러 싸고 있는 평온한 기운이 불자들로 하여금 기도가 절로 되게 하는 곳인가 봅니다. 동축사의 역사라든지 3대 기도처에 큰 관심없는 일반 시민들이라도 벚꽃 필 무렵에는 산책하기 제격인 곳이 여기 동축사입니다.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임에도 아직 많이 안 알려진 동축사로 이번 봄 삼국유사의 신비로운 얘기와 함께 벚꽃 산책 어떨런지요? 


 

<참고도서>

장성운,울산이 보인다』, 대성문화, 2000

울산광역시,울산의 문화재』,울산광역시, 2014년

일연 지음/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을유문화사, 2002년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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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이 2018.03.23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축사에 이런 사연이 있군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2. 모모랜드 2018.04.03 2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축사는 못 가보았는데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특히 봄에 너무 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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