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映畵 (Movie, Cinematography, motion pictures)  

 





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서 최초의 영화 상영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인류 역사를 보자면 아주 최근에야 발명된 매체이지만 이후 20세기 100년은 어쩌면 영화의 시대로 정의해도 좋을 만큼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아니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매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굴 속 어두운 방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선사 시대의 미술가들이 그들만의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선사 미술에서 영화의 기원을 찾겠다는 참으로 야심찬 특별전이 울산, 그것도 가장 오지에 위치한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서둘러 개막식 날 다녀왔습니다.



▲인사말 -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님


감사말 - 마크 아제마


개막식도 개막식이지만 이날이 많이 특별했던 이유가 초청 강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특별전을 가능하게 했던 특별전의 제목과 동일한 저서 '영화의 선사시대' 저자 '마크 아제마 Marc Azema'씨가 강사로 찾아와 주었거든요.




선사학 박사, 구석기시대 동굴 미술 전문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기도 한 마크 아제마의 영상이 2011년 특별전 '구석기의 신비로움'에 쓰인 것을 계기로 암각화박물관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고 수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번 특별전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또한 개막식이 끝난 후 이어진 특별전 해설까지 마크 아제마씨가 직접 맡아 줘서 보다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는 선사 시대 인간들은 깊은 동굴의 구석에서 바보처럼 상징 그림이나 그리며 먹거리와 생식이라는 두 가지 생존적인 관심사만을 가진 미개하고 야만적인 존재라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시각이 남아 있다"




"원시인이 미개인이 아니라 현대인과 동일한 감각을 가진 문명화된 인간이다"




"동굴 벽화에서도 이미 현대적인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전시 해설과 이후 있는 강연에서도 계속 강조되었는데요 전시회에 오신다면 이러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이고 놀라운 내용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글 처음에서 '영화'보다 '활동사진'이 더 적절한 번역어라 언급한 거 기억나시나요? 움직임이 영화 매체의 가장 큰 특성이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과학적 발명을 통해 이루어진 현대적인 기법 역시 선사 시대 미술에서도 방법은 다르지만 유사하게 표현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처음 위의 동굴 벽화는 세 마리의 말을 겹쳐 그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겹쳐진 세 개의 머리를 하나씩 떼어 보면


 




이렇게 될텐데요 이 세 장에 움직임을 부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가요? 그럴싸한가요?  겹쳐 그리는 방법으로 이미지의 연속성을 부여한 것이지요. 단지 도구가 발달되지 않은 것 뿐이지 이미 그들은 현대인과 같은 미적 능력을 소유한 이들이라는 점은 해설과 강연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전시회를 둘러 보는 내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이미지 하나에만 활동성을 부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단위(shot) 가 장면(scene)이 되고 장면이 쌓여서 서사(narrative) 가 이루어져야 할텐데 활동성이 있는 하나의 장면을 그린 최초의 만화가 정도는 될지언정 진정한 연출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죠.




이러한 개인적인 의문은 전시회장 마지막에 있는 '시네마 동굴' 에 다다르자 해결이 되었는데요 왜 그가 선사 미술 특히 동굴 벽화에서 영화의 기원을 생각했는지 충분히 설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별전 해설이 끝나고 잠시 다과회가 있은 후에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강연에서는 시간 관계 상 전시회 해설 때 간략하게 다루거나 미처 다루지 못한 얘기들을 보다 상세히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원래 한 시간으로 예정되어서 휴식 시간 없이 진행되었는데요 '질의&응답'시간까지 끝나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더군요. 그렇게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질의 응답까지도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박물관을 나서자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저는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반구대 암각화까지 산책에 나서 봤는데요 마지막 가을과 함께 이번 특별전을 만날 분들은 서둘러야겠습니다. 반구대의 마지막 가을도 20일이 넘어 가면 끝날 것 같습니다. 4만년 전 현생 인류가 등장하고 거칠고 차가운 돌과 어둡고 깊은 동굴에 이들의 손길이 닿자 인류 최초의 예술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습니다. 선사 시대 사람들이 만든 미술을 통해서 만나는 영화의 기원을 알고자 하는 이라면 울산암각화박물관을 들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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