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동, 학성초등학교, 학성중·고등학교. 학성공원, 무학산, 학산로... 울산 지역을 다니다 보면 학이 들어가는 무수히 많은 지명을 발견합니다. 지명은 그렇다 치고 여기에 좀 더 흥미로운 사실로 울산을 본관으로 하는 몇몇 성씨 중에서 '학성' 이씨가 유독 눈에 띕니다. 




개인적인 생각엔 울산이 본관인 울산 김씨, 울산 박씨처럼 울산(혹은 울주) 이씨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본향인 울산을 대신해 '학성'이라뇨? 도대체 옛날 옛적 울산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학=울산'이라는 등식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가끔은 궁금할 때가 있었답니다.




이번 대곡박물관이 기획한 특별전 '학성, 학이 날던 고을 울산'(2017. 05. 30 ~ 09. 24)은 저의 그런 의문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헤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별히 31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신형석 박물관장님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직접 해설을 맡아 특별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래 계변성(戒邊城)이었는데 신라 때 신학성(神鶴城)으로 이름을 고쳤다. 그 이름이 학성인 것은 천복 원년인 신유년(901)에 쌍학(雙鶴)이 온통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神頭山)에서 울었으므로 고을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겨서 신학(神鶴)이라 불렀다" - 경상도지리지(1425) 울산군 


이런 학과의 인연은 울산 태화루를 찾기도 한 고려시대 성종(960-997)이 울산의 별호別號를 '학성'이라 제정하면서 '학성=울산'으로 굳게 됩니다.




이후 조선 시대 들어서 울산에 세워진 관아 이름에서도 '학'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울산객사 이름으로 학성관을 붙인 거지요.




1930년 학성관 앞에서 찍은 20회 울산공립보통학교 졸업사진 - 가운데 위 '학성관' 현판이 선명히 보인다


울산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학성관(울산객사)은 일제시대 때 객사제도가 폐지되면서 보통학교로 사용되다가 1934년 헐립니다. 2014년 울산초등학교가 유곡동으로 이전을 하고는 한동안 울산객사의 복원이냐 시립미술관 건립이냐는 문제로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울산객사와 시립미술관 둘 다 양립하는 방향으로 지금은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두 곳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개인적으로 관심 깊게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시간으로 예정된 특별전 해설은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종횡무진 펼쳐지는 울산과 학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로 전시의 3분의 1 정도를 소화한 시점에 40분이나 쏜살같이 지나 버려 저만 안타까운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오더군요. 이후 좀 더 속도를 내 진행한 해설은 울산과 학의 역사에 관한 2부까지만 집중을 하고 마지막 장인 3부는 개개인이 챙기는 걸로 마무리합니다.




다음 일정으로는 오늘 전시와 관련이 있는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어딜 가냐구요? 특별전 해설 도중, 반구대 암각화 하면 고래만 알지 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가서 보면 깜짝 놀랄 거라며 기대하라고 했는데요 바로 반구대에 새겨진 학을 찾아 떠나는 겁니다.



 


태화강 100리 길의 일부이기도 한 '대곡박물관 ~ 반구대 암각화' 구간은 울산에서도 돋보이는 도보 여행길입니다. 더군다나 하나의 '리里' 안에 각기 다른 두 개의 박물관(암각화박물관, 대곡박물관)까지 있어 인문학 여행길로는 울산에서 이만한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드는 곳입니다. 오늘은 천전리각석이 주인공이 아닌 관계로 멀리서 확인만 하고 반구대로 향합니다.





짙은 녹음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과 우릴 반겨주는 나비의 날갯짓을 벗 삼아 30여분을 걸어 반구대 입구에 섰습니다. 다시 한번 반구대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고 반구대 학을 찾아 숲을 헤쳐 냇가로 내려갑니다.



학보고 놀란 가슴 스마트 폰으로 학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여러 가지 일로 반구대를 많이 들렀는데 학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도대체 어디에 학이 있는지 사실 내려가면서도 반신반의했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냇가로 내려가니 선명히 학이 나타나는데



 

왼편 반구盤龜(사진상으로는 龜盤) 글씨와 오른편 학이 보이나요?



'반구' 글자와 학 그림은 1713년(숙종 39) 집청정을 지은 최신기가 새겼다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제가 망원렌즈로 당겨 봅니다. 여기에 학이 숨어 아니 도드라져 있다니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학 찾는 사이 해는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는 사이 반구대 앞에 위치한 '집청정'에 들릅니다. 경주 최씨 가문의 정자인 집청정은 겸재 정선의 작품 '반구'에도 선명히 등장하는 유서 깊은 곳이지요.



준비한 시를 낭송 중인 신형석 대곡박물관장


학 찾으며 흥분됐던 마음도 잠시 가라앉히며 집청정에서 잠시 쉬는 찰나, 관장님이 준비한 싯구들이 바람을 타고 집청정 구석구석을 스미다가 조용히 사라지는데 집청정에서 듣는 집청정 시집의 시 한 수는 오늘 답사를 마무리하는 와중에 그  옛날 여기서 시를 짓던 화자와 잠시나마 동화되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하더군요. 저에겐 시 한 수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렇게 집청정을 끝으로 오늘 특별전 해설과 반구대 답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 이 글을 적으면서 특별전을 방문할 이들을 위해서 자세한 전시 내용은 가급적 피하고 몇몇 인상적이었던 부분만을 살짝 언급했는데요 어떻게 맘이 살짝 동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반구대 암각화까지 이어지는 답사 구간은 이 곳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더불어 놓치지 않길 바라는 곳입니다. 여름을 넘어 9월까지 이어지는 전시입니다. 주말이나 휴가 때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어 우리 고장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좋은 나들이 길 되었으면 합니다.



#울산대곡박물관

특별전 '학성, 학이 날던 고을 울산'

- 기간: 2017.05.30 - 09.24

- 관람료: 무료

- 관람시간: 09: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시민 2017.06.09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방문해봐야겠군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