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소리 들리는 섬 - 슬도(瑟島)는 이름 그대로 섬입니다. 남쪽으로 오목하게 열린 항구 방어진의 동남쪽 바다에 위치합니다. 그 옛날부터 항구의 입구를 지키던 섬입니다. 지금은 방파제가 연결되었기에, 사람들은 걸어서 슬도를 오고 갈 수 있습니다.



▲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 


규모로 보면 슬도는 그리 큰 섬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섬이 중요한 것은 해도를 펴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동해에서 부는 강한 바람과 큰 파도는 일단 이곳 슬도에서 한 번 멈추게 되지요.  항구에 배들이 모이는 이유는 거센 바람과 파도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 파도는 부딪혀 소리를 만든다. 슬도명파. 


그러므로 슬도는 항구 방어진을 완성하는 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통 바위인 이 섬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파도가 쳐 바위섬에는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그 바위구멍에 파도가 지나가면 소리가 들린다지요. 



▲ 뱃사람들의 이정표, 등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면, 그 사이로 거문고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위섬은 "거문고 소리 들리는 섬"이라 하여 슬도(瑟島)가 되었지요.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다 함은 듣는 이의 심정이 구슬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걸어서 등대로. 


슬도에는 이 외에도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바다 쪽에서 보면 슬도는 마치 시루를 엎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시루섬"이라 불리었습니다. 뱃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슬도의 바위가 온통 구멍이 난 것이 곰보처럼 보인다고 "곰보섬"이란 별창도 있습니다. 



▲ 바람과 파도를 견딘 세월은 그만큼 깊다. 

방어진 방파제를 지나, 슬도를 건넙니다. 보이는 것은 높다란 등대이지요. 바로 슬도 등대입니다. 이 등대는 무인등대입니다. 1950년대 말에 건설되어 이 자리에 들어섰으니 반세기 동안 이곳을 지킨 터줏대감입니다. 바람을 견디며, 바다를 지나는 뱃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된 세월은 그만큼 깊습니다. 



▲ 성끝마을 벽화. 


바닷가를 돌아 성끝마을로 길을 잡습니다. 마을의 이름이 성끝이 된 연유 역시 사연이 깊습니다. 조선시대 이곳에는 말을 기르는 목장이 있었습니다. 목장의 경계는 돌을 쌓아 돌담을 만들어 표시했지요. 말을 가두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 옛 말목장인 마성의 흔적은 찾을 길 없다.


둘러쳐진 돌담은 마치 성을 보는 듯 하다 하여 "마성"이라 불렀습니다. 성끝마을의 위치는 바로 이 마성의 끝부분인 바닷가입니다. 옛 마성의 흔적은 아쉽게도 지금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성끝마을에는 그만큼 바람이 자주 불어옵니다. 



▲ 누군가의 삶의 터전, 성끝마을. 


성끝마을 집들의 지붕은 낮습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안이 보이는 언덕에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오랜동안 말목장이었던 탓에 땅이 비옥하다고 합니다. 돌아가는 골목에서 봄 햇살에 말리는 건어물을 봅니다.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생활의 흔적이지요. 



▲ 마성방초를 보고 슬도명파를 듣는 여행. 


성끝을 돌아 거문고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 옛날 말이 뛰어놀던 마성 끝자락에는 마을이 자리하고, 섬이었던 슬도는 방파제로 연결되어 걸어 산책을 다닐 수 있습니다. 방어진 12경의 하나인 마성방초(마성의 봄꽃)를 보고, 슬도명파(거문고 소리처럼 구슬프게 들리는 슬도의 파도소리)를 들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Posted by Tele.ma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