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정구와 노계 박인로가 목욕을 즐긴 초정 - 시조 따라 걷는 여행


'신농씨 모른 약을 이 초정에 숨겼던가

가을볕 쬐오는데 이 물속에 잠겼으니

증점(증자)의 욕기기상(浴沂氣象)을 오늘 다시 본 듯 하다.'


노계 박인로의 시조 



▲ 초정마을의 유래를 설명한 비석.


시조는 한국 전통 시 형식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그 절정을 맞이하지요. 많은 경우 지은이가 전하지 않아 무명씨(無名氏)라고 표기하는데, 지은이의 이름이 분명히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은이는 전하지만, 지은 곳과 시기까지 특정할 수 있는 시조는 거의 드물지요. 



▲ 회야강에서 한 마리 백로를 만난다. 


앞서 인용한 노계 박인로의 시조는 울산에서 만들어진 시조입니다. 지어진 시기 또한 노계 박인로가 59세의 일로 조선 광해군 때의 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배경 또한 울산 울주군 초정을 노래한 것이지요.  



▲ 한강 정구, 노계 박인로는 이 길을 따라 초정으로 향했을 것이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한강 정구와 노계 박인로는 함께 울산 울주군 웅촌면 초정을 찾았습니다. 노계 박인로가 59세 때의 일로 계절은 날이 좋은 가을이었습니다. 초정은 그 당시에 약수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었지요. 



▲ 근처 석계서원 전경. 


당대의 대학자인 정구와 무인인 박인로와는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싸웠던 의병 출신이지요. 단지 목욕을 하기 위한 여행을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지인들과의 회포를 풀고, 울산의 여러 유생을 만나 교류를 가졌습니다. 



▲ 초정을 찾기 전 박인로는 이곳을 찾지 않았을까? 


죽음을 각오하고 의병이 되었던 그들이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가하게 떠난 여행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노계 박인로는 여행 중 찾은 초정에 관해서 한 수 시조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느낀 감정을 몇백 년 지난 지금 느낄 수 있지요. 



▲ 울산학성이씨근재공고택 전경.


앞서 인용한 시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신농씨 모른 약을 이 초정에 숨겼던가 - 신농씨는 중국 신화 속 삼황오제 중 한 사람입니다. 온갖 약초와 독초를 직접 맛보고, 그 효능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신농씨도 모를 약효가 초정에 있다는 의미이지요. 



▲ 숙종 때 지어진 건물이라, 한강과 노계 일행과는 연관이 없으나, 함께 둘러봐도 좋을 것이다. 


가을볕 쬐오는데 이 물속에 잠겼으니 - 때는 가을, 노계 박인로는 볕을 쬐며 목욕을 즐겼습니다. 증점(증자)의 욕기기상(浴沂氣象)을 오늘 다시 본 듯 하다.' 욕기지상이란 공자와 증점의 대화에 나오는 말이지요. 



▲ 초정 약수터 전경.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는 공자의 질문에 증자는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다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욕기지상이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말합니다. 공자 역시 동의하지요. 



▲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옛 사람은 간 데 없지만, 초정으로 따라 걸으며, 그 발자취를 찾아 봅니다. 아쉽게도 초정 약수터는 근처 도로공사로 지금은 볼 수 없었습니다. 공사가 완료하면 다시 그 물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다시 이곳을 찾아 "신농씨도 몰랐던 약을 숨긴 듯한" 그 물맛을 느껴 보겠습니다. ^^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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