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하루 또는 이틀을 예정으로 영남알프스 산행을 한답니다. 올 해는 주말을 피해 평일로 무박 2일 산행을 계획했는데요 정말 뜻밖의 불청객이었던 10월 태풍 차바가 울산을 관통한 다음 날이 바로 제가 미리 정했던 등산 날이어서 태풍이 할퀴고 간 생채기를  오르는 내내 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등산 코스로는 가장 대표적인 코스인 간월산장에서(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뒤편) 산 길을 오르다 임도와 합류한 뒤 임도를 따라 간월재와 간월산으로 오르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전날 휩쓸고 간 태풍으로 산 길 곳곳에 나무가 쓰려져 있더군요. 길도 많이 미끄러웠구요.






보통은 임도와 합류하고 나서 쉬엄쉬엄 올라가는데요 오늘은 임도를 마주한 순간 쉴 맘이 생기지가 않더군요. 곳곳에 서 있는 '낙석주의' 푯말이 가슴에 콱 와 닿습니다. 임도를 오르는 내내 쉬기는 커녕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잰걸음으로 올랐습니다.




드디어 간월재와 간월산이 눈에 선명히 들어 오고




평일인데도 많은 분들이 가을 억새를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그러다 다들 하산 준비를 하는 동안 저는 본격적으로 억새평원을 몸과 마음에 담아 봅니다.




이 때까지는 구경하기도 사진 찍기도 좋았는데요





어찌 갈수록 구름이 많아 지는 게 일기 예보하고는 사뭇 다르게 흘러 갑니다.




잠깐이라도 황금 물결 일렁이는 모습을 기대하고 이리저리 간월산을 오르내려 보지만




생각보다 짙은 먹구름이 흘러 오더니 평소보다도 일찍 날은 어두워지고 우선은 저도 저녁도 먹고 몸도 잠시 추스릴 요량으로 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저기 우측에 건물 보이시죠? 저기가 바로 간월재 '무인대피소' 입니다.





여기 '무인대피소' 덕분에 저 같은 일반인들도 큰 준비 없이 무박 2일 산행이 가능하답니다. 벌써 몇몇 분은 짐 정리에 취침 준비까지 하고 계십니다.




저는 밤 하늘 별도 찍으로 온 것이어서 침낭 대신 상하 내복만 챙겨왔습니다. 대신에 삼각대 두 개, 카메라 두 대, 렌즈 6개를 가방에 넣어 왔는데 지금 날씨로 봐서는 별 보기가 쉽지 않겠군요. 신문지 깔고 주위 분들이랑 얘기를 나누고 쉬다가 10시부터 2시간 마다 혹시나 하는 맘에 밖에 나가봤는데요 밤새도록 구름만 간월재를 넘어 가고 있습니다.




결국 별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서서히 날이 밝아서 지금 새벽 5시 30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원래 10월 초 이 시각이면 동 터 오르는 모습이 장관일텐데 오늘은 어디가 동서남북인지 분간조차 안되는 날이네요.






해는 진작에 떠 올랐을텐데 안개가 그칠 줄 모르고 억새밭 아니 억새가 피어난 안개밭을 한참을 바라보니 흡사 변화무쌍한 제주 중산간 지방의 어느 오름을 걷는 착각이 드는 것이 무척 황홀하게 다가 오기 시작 하는데, 그리고 보니 간월재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는 것이 처음이더군요. 이런 생각이 들자 다시 부지런히 움직여 봅니다.




그렇게 카메라와 함께 안개밭을 누비느라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서서히 안개는 걷혀 가고 이른 등산객들이 간월재에 도착할 무렵 저는 무박 2일을 여정을 끝내고 산을 내려 옵니다.










Posted by 우다다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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