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울산의 역사를 돌아보는 산책길 - 석계서원과 근재공 고택
즐기 GO/낭만여행2016. 3. 29. 08:30


울산의 역사를 돌아보는 산책길 - 돌아가는 길 마다 만나는 사연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오복마을 정류소에서 버스를 내립니다. 옛 마을은 정겹습니다. 옛 사람이 말한 오복이란 첫째, 오래사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물질적으로 넉넉한 것이지요. 셋째, 몸이 건강하며 마음이 편한한 것을 꼽았습니다. 넷째, 덕을 지키고 좋아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제 명대로 살다 편히 죽는 것을 말합니다. 


 

▲ 석계서원 재천정의 전경

 

 이는 유교 경전인 "서경"의 첫장 "홍범"에 나오는 말입니다. 마을 이름을 오복이라 함은 옛 사람들이 이런 삶을 원했다는 의미이며, 옛 경전에 통달한 사람이 지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선인들이 원했던 삶을 현대에 대입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풍요롭게 오래 살고, 편안히 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 회야강을 바라보는 재천정의 모습

 

 대복천의 다리를 건너 동쪽으로 길을 잡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강은 "회야강"입니다. 논배미를 돌아돌아 간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양산시의 무지개 폭포에서 시작된 이 강은 온산읍과 서생면을 돌아 진하 앞바다에서 동해바다에 합류합니다. 옛 전설에 신라의 왕 박혁거세가 태어난 박이 이 강을 따라 흘렀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 충숙공 이예를 기리는 비석

 

 이 강은 울산 곳곳을 돌아 가니 울산의 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강을 따라 걷노라면 석계서원에 도착합니다. 옛 마을은 남았으나 옛 건물이 남은 곳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석계서원은 옛 모습 그대로 남은 곳이지요. 희야강을 바라보는 곳에 정자인 "재천정"이 있습니다. 서원은 선비들이 공부를 하던 곳입니다. 


 

▲ 석계서원의 강당

 

 옛 선비들이 골방에 앉아 서책만 본 것은 아닙니다. 치열하게 학문을 탐구하다 지칠 때면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좋은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요. 지금으로 치면 대학교 연구소인 서원이 경치 좋은 강가에 자리 잡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필동문을 거쳐 강당인 경수당으로 오릅니다. 마당 한 가운데 있는 무궁화는 백년이나 지난 보호수이지요.


▲ 서원 마당의 백 년된 무궁화

 

 무궁화가 아직 피지 않아, 보지 못 하는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그 옛날 저 툇마루에 글을 읽던 울산의 선비들이 활짝 핀 무궁화를 바라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세월은 지나고 사람은 다르지만, 꽃은 같은 꽃일 것입니다. 그 꽃을 보고 느끼는 감상 또한 비슷하리라 짐작해 봅니다. 

 

▲ 울산 학성이씨 근재공 고택 전경

 

 석계서원은 충숙공 이예를 배향한 서원입니다. 충숙공 이예의 본관은 "학성"이지요. 바로 울산의 학성입니다. 고려 말 태어나 조선 세종 때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충숙공은 타고난 외교관이었습니다.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왜구에 의해 납치된 우리 백성들을 소환하는 일을 맡아 큰 공을 세웠습니다. 또한 출세의 상징이기도 했는데, 중인 계급인 아전에서 시작하여 종2품 벼슬까지 올랐으니 이만하면 요즘 유행어로 "출세의 신"이라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 고택 마당에 있는 옛 우물이 반갑다. 

 석계서원이 있는 이 동내는 옛부터 돌내라고 부릅니다. 돌내란 "돌이 많은 내"란 뜻이며 이를 한자로 풀어 표기하면 석계(石溪)가 되지요. 석계서원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충숙공 이예의 후손이 지은 고택이 나오지요. 바로 "울산 학성이씨 근재공 고택"입니다. 충숙공의 11대손인 이희창이 지은 이 집은 품격 있는 옛 명문가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 미로를 걷는듯 즐거운 고택 나들이

 

오복마을을 거쳐 돌내로 들어갑니다. 옛 선비들이 모여 글을 읽던 서원을 지나, 울산에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오던 명문가의 숨결이 서린 고택에 들어서지요. 서원과 고택이 있는 곳 또한 울산의 역사를 지켜온 옛 마을입니다. 곳곳에 서려 있는 옛 향기는 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흔적을 따라 가는 산책길,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