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흙이 만든 그릇에 담기는 한 잔의 차 - '자연의 빛에 물들다'

문수초등학교에서 청송길을 따라 걷다 담안길로 다시 길을 바꾸어 걷습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사과 과수원은 농사가 끝난 다음의 고즈넉함이 가득합니다. 이미 잎이 다 져버린 활엽수와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 사철나무 숲을 지나 옛 길을 돌아 산을 올라갑니다. 

 


▲ 자연의 빛에 물들다. 전시회 

 

자동차를 타고 온다면 발견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갤러리 다운재가 바로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가는 길에 표지가 잘 되어있지만, 초행이라면 청송암 쪽으로 길을 잡으셔도 좋습니다.  갤러리 다운재에서는 지금 "자연의 빛에 물들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도예가 우상욱, 김용석, 홍두현 3명의 작가들이 만든 도자 다구 전시회이지요. 


 다구란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를 말합니다. 도자 다구란 다구 중 도자기로 된 작품만을 모은 것입니다. 차를 우려내는 다호, 찻잔인 다배, 물을 끓히는 찻주전자인 자수기, 혹은 탕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제대로 배우자면 어려운 다도지만, 본질은 간단합니다. 한 잔의 차를 좋아하는 사람과 즐기는 것이지요.

 

 



 예절이니 하는 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다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즐기는 차 모임을 완성하는 것이 도자 다구란 예술품입니다. 전시된 도자기들을 처음 봤을 때, 엄숙한 느낌을 받지만, 저 도자기에 한 잔의 차를 담아 마신다고 생각하면 곧 편안해집니다. 

 

 


3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은 작가들의 개성을 반영해 이채롭습니다. "문여기인 (文如其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나 마찬가리란 뜻이지요. 문인이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의미로 쓰는 이 말은 도자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전시회에 전시되는 다구들은 이를 구워 낸 작가의 개성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도자기가 인상적입니다. 이는 우상욱 작가의 작품입니다. 고려시대 이후 맥이 끊겼던 "흑자"를 복원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문외한인지라 기술적인 부분은 차지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색채입니다. 이쪽에서 보면 검은 빛, 저쪽에서 보면 푸른 빛이 보입니다. 색채의 깊이가 느껴지는 도자기이지요. 

 


 차를 우려내는 다호에 나비가 앉아 있습니다. 찻잔에는 꽃이 피었지요. 다호에 차를 우려 찻잔에 차를 따르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나비가 꽃을 따라 가는 모습이 도자기로 연출되는 셈입니다. 도자기의 장식 하나로 차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런 연출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여유롭고 또한 멋스럽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도공이 좋은 흙을 골라 반죽을 만듭니다. 모양을 빚어 유약을 발라 고온으로 구워내지요. 도자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야 그릇이 됩니다. 손에 들고 한 잔 차를 마시는 작은 그릇일지라도 허투로 만든 것은 없습니다. 장인이 정성들여 만든 도자기는 그 울림이 다릅니다.  

 


 도자기와 차가 만나는 "자연의 빛에 물들다." 전시회는 2월 5일까지 갤러리 다운재에서 진행됩니다. 흙으로 태어나 불의 세례를 받은 그릇들이 어떤 빛깔의 자연의 색채를 보여줄지 다운재에서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간 분들과 전시회가 본 후, 한 잔의 차를 나누시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갤러리 다운재의 정기휴일은 매주 2,4주째 일요일과 매주 월요일입니다.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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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민실_시리짱 2016.01.29 1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율리쪽에 이런 갤러리가 있군요! 새로워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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