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분들에겐 재첩국은 흔한 음식입니다.

 어제 마신 술로 속이 아픈 가장을 위해 어머니가 끓이는 국이기도 하고, 맑은 국물에 부추를 넣어 시원하게 들이키며 하루를 시작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먼저 간 이를 애도하고 남은 이들을 달래는 장례식장에서 손님들에게 내는 국이기도 하지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제가 다른 지역에서 공부를 하러 가서 느낀 최초의 문화충격은 다른 지역에서는 재첩국을 그다지 먹지 않는다는 점이였습니다.  



시원한 재첩국 한 그릇에 얽힌 울산의 역사

 

 이는 재첩의 특징과 경상도 지역의 지역적 특징, 두가지 요인에서 기인합니다. 재첩은 강에서 자라는 민물조개입니다. 맑은 물에서만 자라기에 조금만 강이 흐려져도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또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민물조개 - 재첩이 자라는 강바닥은 모래여야 합니다.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진흙에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조개류는 해감이 어렵고 맑은 국에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역적 특징 때문에 재첩은 경상남도의 지역음식입니다. 울산의 태화강에서 부산의 수영강, 김해평야를 가로지르는 낙동강과 그 지류, 서쪽으로는 섬진강까지,,,,, 강마다 재첩을 잡는 풍경과 아침마다 양동이에 끓인 재첩국을 이고 "재첩국 사이소,,,,"하고 돌아다니던 아주머니의 모습은 경상남도만의 풍경이였습니다. 후에 지역간의 교류가 많아진 후 다른 지역에 간 경상남도 분들이 재첩국을 찾게되었고, 냉장기술 덕에 그 맛이 퍼지게 되었지요. 



 아쉬운 것은 맑은 물에 서식하는 재첩은 하천이 오염되면서 그 서식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생산되어 판매되는 재첩은 섬진강의 재첩 뿐입니다. 그곳의 재첩을 제외하면 낙동강 하구의 기장에서 소량 채집되고는 있으나 다른 지역에 판매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덕분에 섬진강 강가의 하동은 이 재첩국으로 톡톡히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환경을 잘 보존한 덕이니 부럽기도 하고, 울산 태화강의 옛 재첩국을 생각하면 아쉽기도 합니다.  



 2013년 9월, YTN 보도로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태화강 재첩에 관한 소식입니다. 태화강의 오염으로 사라졌던 재첩이 40년만에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검사결과 중금속도 검출되지 않아 식용도 가능하다고 하니, 곧 태화강 재첩국을 다시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그릇의 재첩국을 끓이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재첩을 채취하면 세척합니다.예전에는 찬물에 두손으로  비벼서 재첩을 깨끗히 씼었지요. 겨울이면 손이 꽁꽁 어는 힘들 일이였습니다. 충분히 해감하여 모래를 토해낸 재첩을 이런 과정을 거쳐 깨끗히 손질하면 다시 솥에 넣고 푹 끓입니다. 이 과정 또한 국을 저어줘야 하기에 눈을 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그릇의 시원한 재첩국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산업화 이전 태화강의 재첩국은 서민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던 음식이였습니다. 강의 오염으로 그 수는 점점 줄어들고, 먹을 수 없게 되었지요. 사실 태화강에서 난 재첩을 다시 국으로 즐길 날은 아직도 먼 이야기입니다. 어느 정도 서식지를 늘려야하고 채취 또한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일이니 그렇습니다. 태화강을 거닐며 옛 태화강 재첩국을 돌아봤습니다.

 

내일 아침 재첩국 한그릇은 어떨까요?

하얀 국물에 따뜻한 온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셔 보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


 


 



Posted by T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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