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떻게 해야 과객들이 좀 덜 올까?"

 온양면 발리에 부자인 월성 이씨가 살았지요. 이 집은 항상 과객들로 북적거렸어요. 문제는 과객이 지나치게 많이 온 것이지요. 이대로 가다간 집안이 망할 것만 같았거든요. 물론 괜한 엄살이었죠. 하지만 그에게만은 심각한 고민이었어요. 방법을 고심하던 이씨 부자는 용하다는 한 과객에게 물어보았어요. 


"어떻게 해야 손님이 안 올까?"


"길을 저쪽 뒤로 물려서 내시오. 그러면 손님이 덜 올 겁니다."

 이씨는 그 말을 들은 즉시 집 뒤에 길을 만들었지요. 그날 이후로 살림이 궁색해지더니 급기야 망하고 말았어요. 얻어먹을 일이 없는 집에 찾아 올 과객은 없으니까요. 부자의 후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지요. 


 후회가 큰 사람은 또 있어요. 온양면 대운산의 대원사라는 절이 있었어요. 주지가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지 신도가 끊이지 않으니 짜증을 내기 시작했죠. 신도들이 먹고 가는 밥을 생각하면 이성을 잃을 정도였어요. 심지어는 신도들이 원수 같았어요. 게다가 신경 쓰는 일도 지긋지긋했죠. 

'좀 편하게 지낼 수 없을까.'

 

 신도만 없으면 편하게 지내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때 지나가던 한 도사가 주지의 불평을 들었어요. 그는 주지의 고민을 당장 해결해주었어요. 주지는 도사가 시키는 대로 절로 들어오는 산모퉁이를 끊어서 길을 냈어요. 그랬더니 신도들은 오지 않고 빈대만 많아지더니 절이 망하고 말았어요. 


 흔히 손님을 귀찮게 생각하는 마음을 경계하자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과객이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대요. 남의 집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하면서 여러 정보를 교류했던 것이지요. 외부와 단절되기 쉬운 농업 사회에서 과객은 소통하는 역할을 했었어요. 교류를 통한 소통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던 것이지요. 이 부자들 같은 경우 스스로 외부와의 단절을 시도한거죠. 소통없는 삶은 곧 패가망신의 길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예요. 나눔의 철학을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이죠. 

 




 운흥사라는 절에서도 신도를 오지 않게 하려던 주지가 중요한 돌을 깨버렸대요. 그 정도로 절이 망할까 싶은 마음이 들지요. 풍수지리적인 흐름이 달라지면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에요. 이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에요. 두동면 천전리에 있던 신라고찰 장천사도 풍수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망하게 됐어요. 


 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장천가는 명산등에 자리 잡았죠. 월성군 내남면 노곡리에 사는 정씨들이 묘를 쓰려고 했어요. 지관이 말해준 곳은 장천사 뒷산이었어요. 이곳에 묘를 쓰면 후손들이 잘 된다고 하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장천사 스님들이 허락할 리가 없는데.'

장천사 스님들이 반대할 것이 뻔하니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스님들을 찾아 뵙고 간곡하게 빌어나 볼까요. 들어줄 리가 없을 거에요. 저도 불가능한 것을 알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좋은 묏자리를 두고 쓰지 않으려니 그것도 낭패다 싶었죠.

 

 정공법이 통하지 않으면 돌아서라도 가는 방법이 있지요. 스님들의 시선을 돌리기도 했죠. 그 때 누군가 꾀를 냈어요. 광대 굿을 하자는 것이지요. 그것도 사흘동안. 시간을 벌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느닷없이 장천사 아랫마을인 천전리에서 굿이 신명나게 펼쳐졋죠. 근방에서 유명한 광대가 굿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요. 광대 굿 궁경이 좋다는 소문은 절을 드나드는 보살들을 통해 스님에게 알려졌어요. 스님들도 광대 구경을 나왔어요. 줄도 타고, 춤추고, 노래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광대가 마지막 사설을 외웠어요. 


 "옛날 간날 갓적 호랭이 담배 피울때 이띠 저고 저띠 띠고 범 호띠 띠고 앞 집 처자 헐띠 띠고 뒷집 통각 말띠 띠고 큰 고래 짱 치고 작은 고래 벼락 치고 백발 노인 운기 띄었네. 명산 하나 잡을라고 백두산 찾아보고 수월산 훑어 보고 봉래산 밟아 보고 삼각산 지나오고 계롱산 뒤비보고 방장산 파 뒤비 보고 한라산 배없어 못 가보고 치술령 쫓겨 오고 마등산 뛰어넘어 통도 끝봉 올라서니 옛 꽃이 피었구나! 연꽃이 피었구나! "


 긴 사설을 끝내고 숨을 몰아 쉬던 광대가 마지막 말을 했어요. 


"이제는 평토제도.... .산신제도 끝이 났구나!"


 그 말을 들은 장천사 스님들은 깜짝 놀랐어요. 허겁지겁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낮에는 없었던 묘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어요. 이미 세운 묘를 건드릴 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을 수 밨에요. 그 뒤로 장천사는 거짓말처럼 망하고 말았죠. 명산의 풍수 흐름을 바꾸는 바람에 절이 망했다는 내용이에요. 물론 풍수 하나로 절이 망하기라도 했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요. 반대로 몰래 산소를 쓴 정씨들은 성공했을지 궁금하지만 그 이야기는 없을 듯해요.

 

 문제는 풍수가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요? 더 잘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이뤄낸 결과라고 보는 편이 좋을 듯 싶어요.



Posted by 울산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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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6 15: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s://blog.ulsan.go.kr BlogIcon 울산누리 2019.04.23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객 : 지나가는 나그네

  3. 홍정혁 2019.05.14 1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잼

  4. 최준혁 2019.05.14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재미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다 너무나도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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