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입 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기, 울산 양장구밥
즐기 GO/먹을거리2014. 8. 29. 09:00


동해의 별미 - 양장구밥 


한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제한적이지만, 그 단어가 가져오는 이미지는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보 지요. "바다"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분들은 새하얀 모래사장이 떠오를 것이고, 어떤 분들은 바다 위를 가르는 배와 파도를 떠올릴 것입니다. 시각적 이미지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파도소리, 모래의 까끌까끌한 감촉, 소금기가 느껴지는 바닷가의 냄새도 있습니다. 

 


▲ 성게, 마치 밤송이 처럼 생긴 이 생물은 아는 사람은 아는 별미라고 함   


 저에게 있어 "바다"는 맛이기도 합니다. 각양각색의 물고기 회를 씹으며 느끼는 맛과 감촉이기도 하고, 우린 미역과 다시마의 맛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국수를 먹으며 느끼는 진한 멸치의 맛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장구밥"의 고소함과 바다향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양장구밥이란 성게알을 밥 위에 올린 것을 말합니다. 근해에 사는 성게 - 정확하게 말하면 말똥성게의 속을 경상도에서는 "양장구"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대체할 표준어는 없으므로 계속 양장구밥으로 부르고 있지요.

성게알은 물에 닿으면 흩어지기 때문에 밥에 올려 먹습니다. 그래서 "양장구덮밥"이라고도 불리는데 먹는 법은 깨를 뿌리고 김을 가미하여 비벼먹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가끔씩 메뉴에 "양장구비빔밥"이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 잘 차린 양장구덮밥, 식당에 따라 밑반찬은 조금씩 차이를 보임, 동해에서 잡힌 신선한 해산물


 이 양장구밥을 비빌 때는 숫가락이 아닌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성게 속은 약해서 부서지고 흐트러지기 쉬운데 숫가락을 써서 비비게 되면 성게속이 파괴되어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성게를 까서 올린 음식이니 보기에는 간단해 보입니다만 그 맛은 풍부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한 입에 바다의 향과 맛을 느낀다는 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이 양장구밥은 재료가 핵심입니다. 쉬 물러지기 쉬운 성게 속을 쓰는지라 성게가 신선하지 않으면 안되지요. 그러기에 동해안 경상도 지역외에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순하지만 풍부한 맛, 쉽지만 어려운 음식, 이것이 양장구밥입니다. 



  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이 경우는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맛보는 것이 좋다는 의미의 "백문이 불여일미"가 되겠네요. 흰 밥 위에 양장구를 푸짐하게 올리고 깨와 김을 가미하고 젖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비벼줍니다. 양장구 특유의 질감을 입안에서 느끼고 싶다면 비빌 때에는 힘을 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질감을 뭐라 설명드릴까요? 푸딩처럼 톡 터지는 느낌이지만, 연성은 순두부와 비슷합니다. 맛은 고소하니 두부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맛과 향과 입안에서의 감촉, 저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바다의 맛이고, "바다"란 말을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사실 양장구밥은 울산만의 먹거리는 아닙니다. 경남 일대, 동해안과 남해안 바닷가에서 즐기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다른 지역은 신선한 성게를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있기에 그러합니다. 울산 내에서도 진하와 일산 등 해안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양장구밥을 울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은 어떨까요? 스토리텔링과 다른 지역에서 맛볼 수 없는 각 지역의 특색음식이 인기인 요즘입니다. 개성 강한 독특한 맛의 양장구밥 또한 울산의 해안에서 맛 볼 수 있는 특수성을 어필한다면 충분히 울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