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다 표지 그림에 먼저 눈길을 보내게 됩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남자의 뒷모습. 무언가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한 그림이 책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표지 그림은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쉴레의 작품이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으며 기존 미술계와 맞지 않는 화가였던 에곤 쉴레. 그는 성(性)과 죽음을 주제로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려냈고 때로는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거친 듯 섬세한 선으로 표현되어 기괴함과 생동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렇듯 언뜻 보면 알 수 없지만 계속 바라볼수록 매력을 느끼게 하는 에곤 쉴레의 작품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는 성석제 <투명인간>이 7월에 같이 읽고 싶은 책입니다.

 

 

투명인간 - 성석제

이미지출처/창비

 

 

 성석제는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재기발랄한 문장과 다양한 인간 유형을 그려낸 작품들로 이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통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작가의 출생연도를 굳이 이야기한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 ‘만수’가 태어난 6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의 일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를 고스란히 되살려낸 것은 작가의 비상한 기억력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시절에 대한 작가의 애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그 시절을 겪어보진 못했지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을 살아낸 것처럼 고단함과 슬픔과 쓸쓸함이 느껴지도록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 김만수는 ‘투명인간’이 되어 마포대교에 서 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각종 자살 방지책을 설치한 그 곳에 서있는 ‘투명인간 김만수’를 또 다른 투명인간이 발견하고, 이야기는 김만수가 태어난 그 지점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글의 화자는 만수의 엄마입니다. 만수가 머리만 크고 팔다리가 가늘어 사람이 되겠냐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평생 서운함을 묻고 살아온 만수의 엄마가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만수의 할머니가 이야기를 이어받아 어떻게 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 다음엔 만수의 할아버지가 ‘나’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이렇게 작품 속의 ‘나’는 머리도 좋고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고엽제 때문에 목숨을 잃은 형 ‘백수’였다가, 트럭 운전수에게 시집 간 누나 ‘금희’였다가, 썰매장에서의 일로 만수를 괴롭힌 영악한 막내 ‘석수’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변 인물들은 ‘나’가 되어 만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이 작품의 주인공 김만수는 순진하고 착해빠진 인물입니다. 할아버지가 오래 살고 만복을 받으라고 만수라고 지어주었는데 하필이면 ‘일복’만 받았는지 평생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고 제 몸이 부서져라 일만 합니다. 그런데도 만수는 ‘우리 할아버지가 젊을 때 빚을 져서는 증조할머니하고 할머니, 아버지 데리고 밤중에 도망쳐가지고 내 고향 개운리 산골짜기로 들어오셨다는구만. 그래서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결혼해서 우리 육남매를 낳았지. 우리 할아버지가 빚 때문에 도망치지 않았으면 나도 세상에 없었을 거야. 나는 빚 때문에 태어난 거라고. 어떨 때는 빚도 고마운 거야.’ 라고 말합니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일수록 가족과, 이웃, 동료들을 공동체로 생각하고 지키려고 했던 인물입니다. 그의 행보가 너무나 바보 같아서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쩌면 세상의 어떤 지저분한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그의 이념을 지켜낸 강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로 시점을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성실하고 착한 인물이 ‘투명인간’이 되어 서글프지만 한 편으로는 '투명인간‘도 다채롭고 고유한 빛을 지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성실하게 고난의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어째서 ’투명인간‘으로 소외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Posted by 울산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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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나영 2014.07.22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 정찬용 2014.07.31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양한 인물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 봐요.
    다 읽으면 '삶은 아름답다'라고 말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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