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40년 전통, 울산의 죽골목을 찾아서..
즐기 GO/먹을거리2014. 6. 27. 10:09



 몸이 아플 때면 죽 한 그릇이 간절히 생각나곤 합니다. 그래서 찾아보면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죽집에서 밥값보다도 더 비싼 죽값에 새삼 놀라기도 하지요. 대부분 이름난 기업에서 운영하는 가맹점들인만큼 좋은 식재료로 맛과 영양을 챙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어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는 죽맛과는 다른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단돈 3000원에 엄마의 손맛을 닮은 든든한 죽 한 그릇을 맛보며 기운을 차릴 수있다고 하네요. 여기는 바로 40년 전통을 가진 울산 죽골목입니다.

울산 중구 옥교동에 위치한 센트럴 프라자 후문 쪽 옥골시장 안에 위치한 50m 남짓한 작은 골목. 이 곳에 가면 맛있는 죽과 함께 40년 동안 이어져온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13년에는 중구청에서 "전통시장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케이드를 설치하여 환경 정비를 해서 "옥골문"이라는 산뜻한 문패를 달게 되었습니다. 사실 재래시장 안을 연결한 짧은 골목이지만, 이 죽골목은 본격적으로 재래시장이 자리잡기 이전, 해방전후부터 이미 존재했던 터줏대감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장사를 하고 계시는 상인분들도 모두 70~80대의 할머니들이랍니다.

 

 



찌그러진 큰 솥에 끓여낸 죽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멋내지 않은, 아니 멋낼 줄 모르는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이 안에 담겨 있겠지요. 긴 세월을 건너온 이 죽골목에 스며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말입니다.





 할머니께 사진 촬영 양해를 구하고 할머니와 할머니의 죽 가게를 찍었습니다. 이 안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죽을 끓여내셨을까요? 죽 한 그릇의 가격은 3000원. 처음에는 300원 하던 것이 40년의 시간동안 점점 올라 10년 전에 책정된 가격이랍니다. 이제는 재료값을 고려해 가격을 조금 올릴 법도 하겠지만, 조금 적게 받고 그만큼 더 많이 팔자는 이 죽골목 할머니들의 마음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할머니께서 떠 주시는 호박죽 한 그릇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냉장고에서 나박김치를 담아 내주셨습니다. 맛있게 먹고 모자라면 얘기하라는 말씀이 꼭 돌아가신 저희 외할머니 목소리처럼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요?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달콤하고 고소한 호박죽 한 그릇을 시원한 나박김치와 곁들여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해집니다. "3000원의 행복"으로 대접받기에는 과분한 맛이네요.





  벽에 붙은 단출한 메뉴판의 정겨운 서체에 눈길이 갑니다. 할머니께서 직접 끓이신 팥죽, 호박죽, 녹두죽과 식혜. 맛있게 한 그릇 먹고, 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포장해가서 함께 맛보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죽골목은 죽 이외에도 김밥과 파전, 잡채를 파는 가게들, 떡집들이 들어서 있고 옆으로는 폐백음식과 제사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이어 있었습니다. 가게 앞에 육포를 걸어 말리시는 모습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주상복합의 높은 건물들과 번화한 거리 뒤에 숨어 있는 40년 전통의 죽골목. 그 정겹고 소박한 맛이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