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정치현실을 풍자한 소설, 동물농장-조지 오웰
즐기 GO/문화예술2014. 5. 23. 13:54

바람이 나뭇잎들과 몸을 섞으며 격렬한 몸짓을 만들어 보입니다. 가지 끝에 달린 이파리들의 순한 초록빛이 어느새 한결 성숙해진 5월입니다.

그러나 2014년의 오월은 더 이상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태양빛은 갑갑한 먼지 무덤에 갇혀 찬란하게 빛나지 않고 밤마다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는 메마른 울음소리가 온 나라에 가득 찼기 때문입니다.

두고두고 봄날을 슬픔으로 기억하게 만들 세월호 침몰 소식에 슬픔과 분노와 무기력함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아무리 이해 해 보려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었고, 일어나는 중이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요즘 유독 마음이 닿는 책이 있어 같이 읽어볼까 합니다.

 

▲ 조지오웰/민음사

이번에 여러 분과 함께 하고 싶은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제목은 익히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직접 읽어보신 분들은 많지 않으실 것 같기도 한 책이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일단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제목만으로도 큰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선뜻 책을 펼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물농장>은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꽤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문장이 장황하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쉽게 읽히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깊고 단단합니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던 인물이지만 <동물농장>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출간된 작품으로 소련의 '소비에트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작품이 출간된 당시 평론가들과 독자들은 조지 오웰이 사회주의를 '방기'한 것이 아닌가 오해하기도 했지만,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을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를 파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빗대어 이해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것을 은폐하려고 하기보다는 비판하고 잘못된 점을 꼬집어 냄으로써 진실에 가까워지려 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농장>의 첫머리에 동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동물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인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인간은 인간 말고는 그 어떤 동물의 이익에도 봉사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동물들을 학대하고 그들의 노력을 고스란히 빼앗는 존재인 농장주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메이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렇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이 시작됩니다. 인간이 적이라는 것을 역설한 메이저는 강렬한 연설을 남기고 얼마 뒤 숨을 거두고 머리 좋은 돼지들을 중심으로 농장에서는 동물들의 반란이 일어납니다. 동물들이 합심하자 일은 의외로 쉽게 풀려 농장주 부부를 내쫓고 농장을 차지하게 됩니다. 영리한 돼지들은 어느새 글자를 익혀 동물들이 지켜야 할 일곱 계명을 벽에 써두고 외우게 하고 글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머리 둔한 동물들이 도무지 진전이 없자 일곱 계명을 단 한마디로 요약하는데 그것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입니다. 동물들은 인간이 주인일 때와 마찬가지로 궂은 일을 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주인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일 한다고 생각하니 신이 납니다.

 그러나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라는 계명 아래 시작된 동물농장은 어느 사이엔가 층이 생겨 버립니다. 머리 좋은 돼지들은 점점 지식을 쌓아 지배하는 엘리트가 되어 농장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사과를 독차지하며 동물들의 복지를 책임져야 할 자신들이 건강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돼지들은 농장일은 하지 않는 대신 동물들을 지휘 감독하고 조직하느라 매우 바쁘게 지냅니다. 돼지들의 노동은 '<서류파일>이니 <보고서>니, <의사록>이니, <각서>니 하는 신비한 것들은 만드는 일'이었고, '이것들은 글자를 빼곡하니 써넣은 넓다란 종이들로써 일단 글자로 꽉 차고 나면 그 종이들은 아궁이로 들어가 불살라지곤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하느라 돼지나 개들은 자기네 먹을 식량을 스스로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돼지들은 두 발로 걷기 시작했고 이웃 농장주들과 농장경영에 대해 토론하고 카드게임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경멸해마지 않던 인간들과 돼지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만 것입니다.

<동물농장>을 정치적인 배경과 굳이 연관시키지 않아도 이 작품의 혁명으로 시작된 사회가 독재 권력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가 파괴되고 썩어가는 또 다른 이유는 지배당하는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했기 때문입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희생을 통해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동물농장> 속의 동물들과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동물농장

저자
조지 오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오웬의 [동물농장]이 영국에서 출판된 것은 일본의 항복으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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