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나무의 아기들/마법 같은 선물이야
즐기 GO/문화예술2014. 4. 17. 09:00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을 힘껏 들이마신 나무들이 예쁜 꽃들을 끝도없이 피워냅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저절로 웃음이 드리워지게 만드는 꽃들이 제 모습을 한껏 뽐내다가 문득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봄바람에 우수수 몸을 날립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꽃잎이 달려있던 그 자리에 나무들이 밀어낸 초록 잎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습니다. 보고 있으면 처음엔 눈이, 그 다음엔 몸 전체가, 그리고 마음까지도 싱그러워질 것만 같은 연두색 잎들의 그 순한 빛깔이 정말 아름다운 봄입니다.

 이런 봄에 같이 읽어보고 싶은 도서, 이세 히데코의 <나무의 아기들>과 황선미의 <마법같은 선물이야>를 추천합니다.

출처/천개의바람

<나무의 아기들>은 이세 히데코의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동화책인데 한 권의 예쁜 삽화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림이 예쁩니다. 연필로 그리고 최소한의 채색만으로 이루어진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글자도 매우 크고 그림이 대부분인 그림책입니다. 유아들에게 보여주고 천천히 글을 읽어주면 딱 좋을 그런 책입니다. 그런 책을 유아가 아닐 것이 분명한 여러 분들에게 왜 소개하냐고 묻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다시 한 번 이 책을 짧게 소개하자면 씨앗을 아기로 비유해서 각각의 씨앗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쉽고 짧은 글로 표현하고 예쁜 연필 그림을 덧붙인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지식이 늘어나거나 그림이나 글의 절묘한 표현기법에 감탄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조카나 아이들에게 읽어주듯이 자신에게 이 책을 천천히 읽어주면 어떨까요.'여름이 시작되면, 느릅나무 아기는 빛의 조각처럼 하늘을 헤엄쳐요.', '소나무 아기들이 솔방울 방에서 하나씩 하나씩 뛰어나가요.', '느티나무 엄마는 아기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가 봐요. 언제까지나 안고 있으려고 가지째 떨어진대요.'동글동글 정성스럽게 연필로 그린 삽화를 보면서 이렇게 짧고 예쁜 글을 자신에게 읽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조금은 세상이 말랑말랑하고 순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10여년 전에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동화책을 읽어보셨나요. 책을 읽지 않았어도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되는데요. 꼼짝도 할 수 없이 좁디 좁은 우리에 갇혀 알만 낳던 닭이 스스로에게 '잎싹'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알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키우고 싶다는 꿈을 갖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찌르르 울렸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출처/시공주니어

 그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해 '황선미'라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고른 책이 <마법 같은 선물이야>입니다.

 캐나다의 고모집에 가게 된 '재하'라는 일곱 살짜리 아이와 사촌 에디가 오로라를 보러 가는 내용입니다. 재하는 사촌 에디가 어떤 아이일까 기대하고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막상 둘이 만나서는 계속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친해지지 못합니다. 서로의 말에 상처받고 오해하는 과정에서 재하는 한국에 빨리 돌아오고 싶어합니다. 그런 재하의 맘을 알지도 못하는 고모의 강행군에 재하는 고모네 식구들과 할머니와 함께 옐로나이프, 이누이트 지역으로 오로라를 만나러 떠납니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고생스러운 길에서 재하는 에디와 친해지지 못하고 속을 끓입니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계속 엇나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이 흐려 오로라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렇지만 결국 에디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극적으로 오로라도 보게 됩니다. 글을 읽으면서 물고기를 잡아 올리면 그대로 얼어버리는 추위란 어떤 것일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작가가 두 번이나 보러 갔다던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더 와 닿은 것은 재하의 심리묘사 부분이었습니다. 사촌 에디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영향을 받고 에디에게 잘 못 한 것이 있으면서도 사과도 못한 채 속으로만 끙끙 앓는 일곱 살짜리 재하의 모습이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 어른들의 고민이 훨씬 더 치사하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것이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끝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상처받고 위로받는 과정을 겪으며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고단한 작업이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되었구나 그런 생각 말입니다.

조금은 마음을 편하고 순하게 만들어주는 책들과 함께 이 봄을 좀 더 누려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