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유물]열두 동물이 지킨 부처님의 사리탑
즐기 GO/문화예술2013. 11. 22. 14:29

열두 동물이 지킨 부처님의 사리탑

울산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蔚山 太和寺址 十二支像 舍利塔)

 울산박물관 2층 역사관의 정중앙에는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유물 한 점이 있다.

 육중한 돌덩이를 정교하게 깎아 만든 둥근 복발(覆鉢) 형태의 사리탑, 바로 '울산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이다. 기존의 사리탑이나 승탑과는 다른 형태라 눈길이 가고, 사리탑에 새겨진 12마리 동물들의 생생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사리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탑으로, 고승(高僧)의 사리를 모신 승탑(僧塔)과 구분해서 쓰이기도 한다.

일반적인 사리탑과 승탑은 팔각원당형(八角圓堂形)이 주를 이루지만, 태화사지 사리탑은 특이하게 둥근 종형(鐘形) 또는 복발 형태를 띤다. 사리탑의 중상위에는 감실(龕室)도 마련되어 이곳에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듯하다. 사리탑 외에도 장방형의 지대석이 함께 발견되었다. 뒷면이 일부 파손되었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잘 남아있고 정면과 측면에 안상(眼象)이 조각되어 있다. 하지만 사리탑에 비해 정연하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탑신 받침이 없는 점으로 보아 사리탑과 세트가 아니라 후대에 제작되어 같이 놓여 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출처/문화재청

이 사리탑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유물 명칭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울산 태화사지'로, 사리탑이 태화사의 터로 추정되는 태화동 반탕골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붙여졌다. 『삼국유사』를 보면, 태화사(太和寺)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慈藏)이 창건한 사찰로, 자장이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져와 그 사리를 세 곳으로 나누었는데, 그 중 한 곳이 태화사라 기록되어 있다. 태화사에는 탑에 진신사리를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이 사리탑이 그 탑일 가능성이 높다. 태화사는 고려 말 극심한 왜구 침략으로 폐사되었다고 추측되며, 현재 관련 유물이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사리탑만이 당시 태화사의 사세(寺勢)를 보여주는 유일한 유물이라, 그 가치가 더욱 크다.

다음은 '십이지상'이다.

사리탑 감실 아래로 탑신 하단을 돌아가며 십이지(十二支)의 동물 형상이 확인되는데, 감실 반대편인 북쪽 '쥐(子像)'를 기준 시계방향으로 각 간지 순으로 돋을새김하여 조각되었다. 얇은 옷을 입고, 손은 수인을 하고 합장하거나 보주(寶珠), 지물 등을 들고 있다. 엄숙한 모습보다는 실제 해당되는 동물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방향에서도 정면만을 응시하지 않고 좌, 우로 머리를 향하고 다리의 비례감도 일부러 비대칭적으로 표현하여 더욱 역동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일반적으로 십이지상은 능묘나 석탑에서 확인되고, 사리탑에 표현된 예는 이 사리탑이 유일하여 학술적 가치가 크다.

사진출처/문화재청

울산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은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음에 따라 1966년 보물 제441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보물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 행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당시 울산은 경상남도에 속해있었기에 62년 발견 즉시 경남도청이 소재했던 부산으로 옮겨졌다가, 경남도청이 창원으로 이전하면서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보관시설의 부재로 중구 학성공원에 임시 설치되어 관리되어 왔다. 원래 위치도 아니고, 야외에 노출 전시되어 유물 손상이 급격히 진행되었기에 2010년 울산박물관으로 이전하여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출처/문화재청

태화강변에 위치한 태화루의 복원도 내년 3월이면 완공될 예정이라 한다. 태화루,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대단한 사세(寺勢)를 떨쳤던 태화사의 역동적인 모습을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