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도서] 나는 읽는다/사생활의 천재들
즐기 GO/문화예술2013. 5. 15. 13:51

 

 창문을 열어봅니다. 답답하던 방 안이 금세 오월 밤의 서늘하고 맑은 바람으로 가득 찹니다. 부지런히 꽃을 피워내느라 뜨거웠던 한낮의 햇볕을 잃은 바람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서는 온 몸을 관통하며 깨어있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깨어있으라고, 열심히 살아서 네 자신이 희망의 증거가 되라고 말해주는 책처럼 말입니다.

 책 읽기라는 것이 때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권의 책 안에 너무나 넓고 중요한 세계가, 그럼에도 몰랐던 세계가 고스란히 들어있어 나약하고 주저앉으려는 제 자신을 준엄하게 나무라기도 하니까요. 그 나무람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일으켜보려 합니다.

 

 29년차 기자이면서 ‘시사IN’의 편집국장을 지낸 문정우 기자의  <나는 읽는다>는 그의 말마따나 ‘서평도 아니고 칼럼도 아닌 기묘한 글’ 모음집입니다. 상실(경제),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 등 작가가 중요하다 여기는 네 분야로 글을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글은 길지 않고 문장은 따라가기에 어렵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책들과 그 책들을 현실과 연결해내는 작가의 솜씨는 날카롭기 그지없습니다. 예를 들어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라는 책은 대재앙의 시대에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했고 국가 기구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재난이 닥쳤을 때 보통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지고 권력자들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며 그러한 상황에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영웅이 나타난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의 헐리우드 영화는 엉터리라고 비판합니다. 책에 따르면 재난이 닥쳤을 때 보통사람들이 극단적인 무질서를 불러들이는 일은 드물며 오히려 폐허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날카로운 기쁨을 느끼고 이타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을 연장해 우리나라에서도 촛불집회 때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의 얼굴이 얼마나 기쁨으로 빛났는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생수와 음식을 나눠주며 서로를 격려했는지 이야기합니다. <나는 읽는다>를 읽음으로 해서 단순히 읽어야 할 책 목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던 세상의 지평이 확장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정혜윤의 <사생활의 천재들>은 작가의 서문만으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입니다. 라디오 프로듀서인 작가는 "책, 사람, 여행은 저의 성삼위일체입니다. 날이 갈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히 보이는 병에 걸렸습니다. 나는 그 병에 걸려 행복합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입니다. <사생활의 천재들>은 카프카의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인생, 그것은 우리의 일상이다'라는 말을 부제처럼 달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친구를 만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돈을 벌러 나가야 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타협하기도 하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단 희망을 이 사이에 깨문 현실의자'라는 단서를 답니다. 그래서 작가는 '미래를 위한 우편배달부'가 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미래를 시작해보려는 것입니다.  


<사생활의 천재들>에 소개된 이들은 '사생활을 살아내는 데서 천재들'인 사람들입니다. 진부하고 시시하게 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삶의 문제에 직면해서는 대답을 찾으려고 애쓰고 자신의 내면에 희망을 품고 다시 시작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천재들이라고 말합니다.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인 박수용을 비롯해,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엄기호,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천문대장 정병호와 '함께'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다른 사람'처럼 되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 읽기는 두렵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큰 세계로 안내하는 작은 구멍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그 구멍이 조금씩 넓혀지는 떨림과 두려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