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의 문화재종합병원 '보존과학실'
즐기 GO/문화예술2012. 12. 6. 17:59

 박물관을 운영하는 데는 많은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학예연구사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박물관의 특성상 전시 유물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과는 달리'박물관 사람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음지, 즉 전시실의 뒤쪽에서 일을 한다.

 각종 보안센서와 감시카메라, 수장고를 지나 보안카드를 통과하고 큰 철제문을 지나면 외부인의 출입이 차단된 보존과학실이 있다. 박물관의 음지 중에 음지인 곳이지만 그 음지에서 꽃을 피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보존과학실은 명칭 그대로 박물관의 소장품을 보존처리하는 공간이며, 그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사람이 보존전문가이다.

▲울산박물관 보존과학실 전경

 사람이 살아가다 병이 들면 치료를 받듯 문화재 역시 시간의 경과와 주변 환경에 따라 원형이 변형되고 재질의 일부가 변질되어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문화재도 아프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보존과학실이 바로 이런 병든 문화재의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문화재 종합병원'인 것이다.

 사람과 문화재는 태어나 세월이 지나가면 다치고 병들어가는 일생의 과정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질병의 원인 또한 다르며,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문화재도 재질에 따라 손상 원인과 그 치료 방법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병이 났을 때, 질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x-선 촬영 등 건강 검진을 받듯 다양한 재질의 문화재들도 원인 분석을 위해 과학적 조사 과정을 필요로 한다. 먼저 x-선, CT촬영 등을 통해 유물의 내부구조와 형태 등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는 사항을 파악한 후 각각의 보존처리 방침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들은 눈으로 외부만 살펴보던 것과 달리 숨겨진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토기 결손부 복원 모습

금속 표면 부식물 제거를 위한 현미경 관찰

 도토기의 경우 깨진 부분을 접합, 결실된 부분은 에폭시수지로 복원하여 채색과정을 거치면 치료 과정이 끝이 난다. 서화류는 모든 처리 과정이 일일이 세밀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재질의 유물 중 특히 치료가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표면의 이물질 등은 물로써 세척하고, 보수과정을 거쳐 배접을 하면서 처리를 하게 된다.

 금속유물 역시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진 금속 파편을 하나의 완벽한 유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은 섬세함과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현미경을 보면서 이물질을 전문가용 메스(칼)로 긁어내야 하는 작업이므로 신중함을 요한다. 유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 없는 요소들을 제거시키기 위한 탈염처리 과정을 거치고, 외부의 부식을 방지하는 강화처리 과정도 거치게 된다.

 유물의 부서지고 깨진 부분을 치료해 주었다고 해서 모든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상태를 적절한 환경에서 잘 유지시켜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재질의 유물들이 주치의의 손길과 보살핌 속에 완치된 후에야 오랜 세월을 견디며 장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울산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이러한 보존처리 과정에 필요한 여러 조건이 갖추어진 상태이다. x-ray실, 약품처리실 등 보존처리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며, x-ray, 이온크로마토그래피, 실체현미경 등 여러 기자재를 통해 보존처리를 하고 있다. 오늘도 보존과학실 어디선가 꺼져가는 문화재의 생명이 되살아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