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두서면에는 이곳에 살던 부부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내를 섬기는 남편의 마음과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내의 지극한 정성이 담긴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일화입니다.

 이조 영조(英祖)때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두서면(斗西面)의 살그내(活川)에 박씨(朴氏) 부부가 단란하게 살고 있었는데요. 박씨는 일찍 산으로 나무하러 나갔으며 그 아내도 보리밭에 김을 매러 나가는 참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나이 많으신 시아버지와 아직 기어다니는 아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부부는 밭에 나가야 해서 아기를 시아비에게 맡겨두고 효성이 지극한 부인은 아버님이 행여나 추울까 화로에는 숯불을 이글이글 피워놓고 웃목에는 술상을 차려두고 나갔습니다.

 시아버지는 심심한 나머지 며느리가 차려놓고 간 술상을 당겨놓고 한잔 두잔 하는 사이에 술이 취하고 말았습니다. 술이 취해 잠이 들었던 늙은이가 눈을 뜨니 이상한 냄새가 방안에 풍기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화로를 보니 손자가 그만 불에 엎어진 채 숨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노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지둥대고 있던 찰나 밭에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인은 엉겁결에 그만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습니다.


 방문을 열고 비참한 모양을 본 부인은 금방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달래며 냉철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시아버지가 잠을 깨서 이 놀랄 광경을 보신다면? 행여나 자책이라도 하신다면 어찌할까?'

 그녀는 결국 죽은 아이를 부둥켜 안고 뒷산에 가서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노인은 죽은 것보다도 더 괴로웠습니다. 잠에서 깬척하며 일어난 노인은 며느리에게 아기는 어딜 갔느냐고 물었고, 이에 며느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웃아이들이 업고 놀러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구한 일이 있었던 오후에 산에서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부인은 남편을 밖으로 불러내어 일어났던 전말을 모두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인은 우리들은 아직 젊으니 아기야 또 낳으면 될 일이나 행여나 아버님이 아시고 심상하여 무슨 변고라도 일어나면 어찌하겠느냐고 시아버지의 걱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들은 남편은 아내의 효심에 감탄해 엎드려 큰 절을 아내에게 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박씨는 날마다 출입을 할 때 아내에게 정중히 절을 했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지나자 이 일이 마을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사내가 얼마나 못났으면 저렇게 아내에게 절을 할까? 모두들 입을 삐죽 거리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때마침 영조대왕의 명을 받아 영남으로 암행하는 어사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유명한 박문수(朴文秀) 였습니다. 마을로 내려온 그에게도 박씨의 소문이 들려왔다.  의아해하던 박어사는 마침내 살그내(活川)로 박씨의 집을 찾아 갔습니다. 손님이 한양에서 왔다는 말을 듣자 박씨는 옷깃을 가다듬고 북향재배를 하고 난 뒤에 임금님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박어사는 속으로 놀랐습니다. 충성심도 대단한 사람임을 직감한 것이죠. 박어사는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끝내는 박씨의 감추어진 사연을 알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한양으로 돌아간 박어사는 조정에 이 일을 보고하게 되니 마을에 정려하며 상을 크게 내렸습니다
. 또 충효비도 세워 그 충성되고 효된 정신을 기리도록 하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알뜰한 비도 없어지고 이야기만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림 /이성민

글 / 울산문화관광

 

 

Posted by 울산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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