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바위의 기억, 염원의 기록 - 울산 암각화박물관
누리 GO/블로그기자2020. 11. 19. 09:37

 

우리 민족만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뿐 아니라 세계 여러 관광지를 가면 한글로 된 이름이나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유명한 계곡인 무릉도원이나 작천정 등 많은 바위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기록에 대한 애착, 염원에 대한 애착으로 바위에 새기며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천전리 암각화 발견 50주년을 기념해 11월 2일부터 내년 4월 25일까지 특별기획전 '바위의 기억, 염원의 기록'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보 제147호인 천전리 암각화는 1970년 12월 24일 문명대 교수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암각화 박물관은 천전리 암각화의 시대별 문양과 의미,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됐습니다.

 

 

천전리 각석은 국보 제147호로 1973년 5월 4일에 지정되었습니다. 전체 암면이 15도 경사진 너비 약 10cm, 높이 약 3m의 장방형 암면에 신석기시대 암각화부터 신라 시대 세선화, 명문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암면 상부에는 각종 문양이 있고 하부에는 신라 시대의 세선도와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천전리각석은 반구대 암각화와 더불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

 

 

모두 780개의 인물, 동물, 기하문, 명문, 도구 및 기타, 미상에 속하는 것들이 물상, 혹은 명문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동물은 주로 사슴이 그려져 있고 두 마리씩 쌍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 반인반수의 모습, 물고기와 고래의 모습도 확인됩니다. 특히 신라 법흥왕 때 명문이 새겨져 있어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선사시대 농경사회에서 바위를 쪼거나 긋고 갈면서 주술 의례를 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천전리 암각화에서 가장 많이 새겨진 그림은 추상적인 기하 문양으로 청동기 시대 농경 활동에서 자연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종교적 관념이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마름모, 원, 동심원, 나선문, 물결무늬, 번개무늬, 톱니무늬 등으로 이전에 새겨진 점각 물상을 과감하게 훼손하면서 제작되었습니다.

 

 

천전리 암각화에는 금속도구를 이용해 새긴 세선도가 있습니다. 물상의 특징을 간략한 선으로 나타낸 세선각화가 언제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단부 남쪽에 주로 독특한 복장의 인물상, 기마행렬, 말, 돛을 단 범선, 상상의 동물인 용이 있습니다. 신라시대의 그림으로 아주 가늘고 뾰족한 것으로 그은 것 같습니다.

 

 

명문은 서책처럼 직사각형으로 구획하고 다듬어 새겼는데 대부분은 신라의 왕족, 화랑, 승려, 관리, 지배층 여인들이 남긴 것입니다.  5~6세기의 명문은 길고 상세한 기록이지만 7세기의 것은 화랑과 승려들의 이름이나 방문 기록 등 간략한 기록입니다. 8세기 3곳, 9세 한 곳으로 확인되며 8세기 이후부터 천전리 암각화를 찾아와 기록을 남기는 일이 점차 줄어들어 보인다고 합니다.

 

 

천전리 암각화에 새긴 문장 중 원문과 추명이 가장 중요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원문은 525년에 사부지갈문왕이 여동생 어사추여랑과 함께 천전리 계곡에 놀러 온 사실을 적은 것입니다. 추명은 사부지갈문왕의 아내가 아들 진흥왕과 법흥왕비(보도부인)를 대동하고 남편이 남긴 흔적을 찾아 천전리 계곡을 찾았다고 합니다.

 

 

화랑을 지칭하는 한자 랑(郞)이 확인됩니다. 그중 기록에 나타나는 인물들과 같거나 유사한 이름이 보이는데 6~7세기 인물이라 고려하면 수품, 흠춘이 있습니다. 신라화랑을 대표하는 영랑은 대현과 함께 만파식적 설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명문에서 성업(成業)이라는 표현으로 보아 천전리 암각화 일대에서 어떤 형태의 화랑 수련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천전리 암각화로 알 수 있는 신라시대는 앞에 열거된 3명의 여성이 나올 때는 남편의 이름과 관등을 먼저 적고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기록하여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를 공인하게 된 법흥왕 때 승려들이 찾아와서  성(聖)법흥대왕이라고 새기니 왕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짐을 알 수 있습니다.

 

 

가끔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전에는 주로 천전리‘각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건 ‘글자가 새겨진 바위’라는 의미지만 천전리 각석에는 글자뿐 아니라 기하학 문양과 동물 문양까지 다양한 그림이 있습니다. 요즘은 바위 그림 전체의 가치를 조명하는 분위기로 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천전리 각석’을 ‘천전리 암각화’로 통칭하며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양으로 대곡리 암각화와의 선후관계의 시기 분석이나 이야기 소재만으로도 전시 연출이 훌륭하고 미디어 아트 영상도 있어 전시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존도 있고 대곡천을 따라 보물지도 찾기와 재미있는 숨은 그림 찾기, 가로세로 낱말 퀴즈가 있는 체험지도 있어요.

 

전시 기간이 내년 4월까지이니까 언제든지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실제 천전리 암각화를 눈으로 확인하세요. 맞은편 공룡 발자국도 몇 개가 보이는지 세어보세요.

천전리 암각화의 실제 모습

 

천전리 암각화 맞은편에 있는 공룡 발자국

 

♣ 암각화 박물관 오시는 길

 - 주소 : 울산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54 천전리 333-1

  - 운영시간 : 09:00~18:00(월요일 휴무) 

 - 전화번호 : 052-229-4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