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공원으로 미술품 보러가자 - 이유 있는 형태전
누리 GO/블로그기자2020. 11. 17. 16:17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듯 은행나무는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공업탑 로터리에서 두왕로로 길을 잡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서 가을을 즐기고 싶지만 울산대공원 동문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산책을 하면서 느긋하게 전시회를 즐길 생각입니다. 미술관이 아닌 공원에서 전시회를? 의문을 가질 분들도 있겠지요. "이유 있는 형태전"은 바로 이 공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정재훈 작가 "기다림" (사진 위), 차치만 작가 "삶의 향해" (사진 아래).

그림은 불가능하지만 조각은 야외전시가 가능합니다. 소재는 전통적인 돌과 비를 맞아도 녹이 슬지 않는 스텐레스 스틸 소재가 많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전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열린 전시회를 보는 것도 어렵습니다.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절차가 기다립니다. 야외에서 열린 "이유 있는 형태" 전시회는 그래서 더욱 반갑습니다. 

 

 

손원이 작가 "해울이의 알프스 여행".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고래 "해울이"는 울산광역시의 마스코트입니다. 작품 속에서 해울이는 등산스틱을 들고 알프스로 여행을 떠났네요. 가지산의 표지석이 보이는 것을 보니 "영남 알프스"를 종주하는 모양입니다. 가지산은 지금쯤 온통 가을 빛깔로 물들었겠지요. 보고 있노라면 해울이 처럼 영남알프스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집니다. 

 

 

조무현 작가 "소리담기".

문자가 없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안부를 전했을까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누군가를 만나면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침내 문자가 생기고 사람들은 종이에 글씨를 써 자신의 그리움을 전달했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는 아직도 설렘을 가져옵니다. 별 것 아닌 우체통을 보며 드는 감정은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고, 누군가의 소식을 듣고 싶은 그리움일 것입니다. 

 

 

정교현 작가 "채플린의 꿈".

오버핏의 바지, 꽉 끼는 상의, 손에 든 지팡이. 패션만으로도 누구를 묘사한 작품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위대한 배우 "채플린"이지요. 지팡이를 흔들며 한 바탕 웃음을 줄 것만 같습니다. 채플린을 묘사한 프레임 너머로 은행의 노란색, 상록수의 초록빛이 담깁니다. 채플린은 한 바탕 웃음을 짓게 하다가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배우이지요. 저처럼 채플린의 영화 한 장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은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김상규 작가 "동행".

야외 조각전시회라 작품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좋습니다. "거리두기"만 지키면, 다른 전시회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자유롭지요. 김상규 작가의 작품 "동행"은 돌을 쪼아 만들었습니다. 돌에 드러난 작가의 손길이 보인다고 할까요? 정을 들고 하나하나 조각해 들어간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김유석 작가의 "점,선,면".

자연의 꽃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만, 겨우내 피어있을 꽃이 있습니다. 바로 김유석 작가가 작품으로 피운 꽃 "점, 선, 면"이지요.  굵은 철사로 가지를 만들고, 그 위에 초록색 잎과 노란 꽃 한 송이를 달아 내었습니다. 은행 낙엽이 깔린 공원과 노란색 꽃이 깔맞춤을 한 듯 잘 어울리네요. ^^

 

 

은행낙엽에 앉은 나비.

이것으로 야외조각전 "이유 있는 형태" 전시회를 돌아봤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소개한 작품 말고도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울산대공원 동문을 찾아 전시회를 돌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지붕 없는 공원이 미술관이고, 조각 작품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더 깊은 감흥을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