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가을 향 깊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잇는 길을 걸어보다
누리 GO/블로그기자2020. 11. 15. 09:40

대곡천 가운데 자리 잡은 반구대는 모습이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반구대를 중심으로 상류에는 천전리 각석이 있고 하류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류인 천전리 각석에서 시작하여 하류인 반구대 암각화까지의 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천전리각석에서 바라본 대곡천

천전리 각석이 있는 곳으로 달리는 길가에는 은행나무가 즐비합니다. 노랗게 잘 익은 은행잎들이 제법 떨어져 바람에 흩날리기도 하니 완연한 가을인 듯싶어 마음이 설렙니다. 천전리 각석으로 향하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구량리 은행나무가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길가는 온통 은행나무입니다.

 

지금도 이쁘지만 세월이 흘러 작은 나무들이 큰 나무가 되었을 때를 상상하니 어서 그 시간에 다다르고 싶을 만큼 멋지겠다는 기대가 솟아납니다.

 

 

천전리 각석에 도착하여 반구대를 향해 걷습니다. 천전리 각석이 보이는 맞은편에서 시작하는 길 입구는 오르막 계단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망설일 것 같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산을 넘어가야 할 거 같아 힘이 들 텐데, 복장도 등산에 적합하지 않은데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길은 약간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평탄한, 대곡천을 옆에 끼고 걸어가는 숲길입니다. 여름엔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 대곡천이 제대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을이 깊어 가는 요즘은 잎을 떨군 나무들이 많아서 대곡천이 흘러가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설렁설렁 걷다 보면 암각화박물관이 멀리 보이고 반구대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인적이 드물어 호젓한 숲길을 걷다 반구대 가는 길에 들어서면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모습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반구대암각화는 너비 8미터, 높이 5미터의 바위에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요. 고래사냥 장면과 약 22종에 이르는 동물그림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그중 고래사냥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반구대암각화, 천전리 각석, 대곡천 계곡 등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착했을 때 마침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시작되고 있어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관찰 망원경으로도 보기 힘든 암각화를 해설을 곁들여 보니 작은 그림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배와 작살, 그물을 이용해 고래를 사냥하는 그림,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볼 수 있는 고래들 대부분이 암각화에 포함돼 있다는 것, 육지동물의 그림도 암수, 새끼 등으로 세심하게 새겨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해설을 다 듣고 천전리 각석으로 돌아가는 길을 나섭니다. 이른 아침이라 빛이 들지 않았던 곳에 햇빛이 들었겠지 하고 관람을 미뤘던 것인데요. 도착하여 보니 절반도 채 빛이 들지 않고 있었습니다.

 

 

천전리 각석이 있는 계곡에 이르면 너른 바위가 눈길을 끄는데요.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반석입니다. 반석 맞은편 바위가 천전리 각석으로,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 물고기 그림 등이 관찰되는 곳입니다. 이 곳은 흡사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이어진 암석 메모장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시대를 이어 사람들이 왜 하필 여기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는지 궁금해집니다.

 

 

대곡천에 내려서서 하류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봅니다. 그늘이 내린 바위를 지나 햇빛이 밝게 비추고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두 곳을 오가며 가을 경치에 빠지다 보니 제대로 힐링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느리게 걸으며 해설도 듣고 사진도 찍었고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낙엽비에 멈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소요시간 2시간가량) 비대면 여행지로 선정된 이 곳은 유명한 단풍 명소는 아니지만 호젓하게 걸으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