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울주군 삼남읍 교동리 도보 답사 - 작천정에서 언양향교까지
누리 GO/블로그기자2020. 11. 9. 00:14

울주군 서부 지역에 해당하는 언양은 조선시대에는 울산군과는 별개로 언양현을 거쳐 언양군으로 지속된 독립된 행정 구역이었습니다.

 

이런 언양군이 울산군에 통합된 시기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이었는데요.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주민들의 생활권역이나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울산보다는 경주 권역에 더 가까운 언양군이 이렇게 울산군과 통합된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효율적인 식민지 통치를 위해서였습니다.

 

21세기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울산의 외곽 지역 정도로 인식되는 언양 지역이지만 이러한 역사를 지녔기에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울산과는 엄연히 다른 고을이자 생활·문화적 특색도 달랐던 지역인 것입니다. 지금도 언양 지역에 많이 남아 있는 언양만의 고유한 지역 문화유산의 배경에는 이런 역사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울주군 삼남읍 교동리 지역
2020년 11월 1일에 삼남면이 삼남읍으로 승격됐다

그중에서도 삼남면 교동리 지역은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언양)향교가 있는 마을로서 오랫동안 언양 읍성과 함께 언양의 중심지였습니다.

 

하지만 교동리를 포함한 삼남면은 근대 이후로는 언양읍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났다가 2010년대 이후 KTX 울산역이 이곳에 들어서면서 울산 서부권 발전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삼남'면'에서 삼남'읍'으로 승격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침 삼남읍 교동리 일대를 답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언양만의 과거와 현재 역사를 좀 더 알아보고자 참석을 하였습니다.

 

 

답사을 하기 앞서 일정에 대하여 설명 중이다

울산 대곡박물관의 태화강 유역 역사 바로 알기 기획의 하나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삼남읍 교동리의 주요 역사지를 안내자의 해설과 함께 도보로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출발은 작천정 벚꽃길 주차장으로 4시간 일정으로 준비되었고  지역 역사 연구가인 울산대학교 정계향 님의 특별하고도 자세한 해설이 곁들여져 한층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체 일정과 삼남읍에 대한 역사를 간단하게 들은 후 첫 답사지인 '인내천' 바위로 향합니다.

 

 

인내천 바위 표지판
표지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인내천 바위에 닿는다

출발하자마자 작천정 벚꽃길 주차장 끝에 덩그러니 놓인 인내천 바위 안내판과 표지판을 보고는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작천정 벚꽃길과 작천정에 자주 들렀지만 인내천 바위 표지판을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표지판을 따라 10 분 정도 오르자 커다란 인내천 바위가 눈에 들어옵니다.

 

 

참가자들이 인내천 바위를 둘러보고 있다
인내천 바위
인내천 바위의 유래

인내천(人乃天)은 천도교가 주창한 만민 평등사상을 말합니다(수운 최제우가 동학을 일으켜 동학의 교주가 된 후, 2대 교주로 최시형이, 다시 손병희가 3대 교주가 되어 '천도교'로 개칭한다). '인간이 곧 하늘이다'라는 의미지요. 바위에 새겨진 '인내천'은 최제우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천도교 울산교구의 교구장 및 교인들의 정성으로 새겼다고 합니다.

 

사실 울산은 동학과 연관이 깊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수운 최제우의 부인이 울산 출신 박 씨이고 최제우가 을묘천서(乙卯天書)를 얻어 깨달음을 얻은 곳이 울산 유곡동의 여시바윗골이니 말이죠. 지금도 유곡동에는 최제우 유허지가 남아 있습니다.

 

 

작천정

인내천 바위를 내려와 계곡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작천정입니다. 교동리 일원의 작괘천(酌掛川)은 조선시대부터 언향현을 대표하는 빼어난 경관으로 이름난 장소입니다. '작괘천'이라는 이름은 바위면에 술잔 모양의 구멍이 있기 때문에 유래되었다는 기록과 돌 웅덩이가 있어 술잔을 뛰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작천정에서 바라본 작괘천

작천정(酌川亭)은 작괘천 가에 새운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의 누각 건물입니다. 1902년 여름에 준공한 이 정자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소유권에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910년대 토지측량 사업이 시작되자 지역 공동 소유였던 작천정을 할 수 없이 개인 명의로 등기해야만 했는데 - 당시 개인 등기를 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서는 일제가 강제로 몰수 조치를 취하였다 - 당시 지역 유력자였던 오병선 개인 명의로 등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당시 울산 갑부인 김홍조에게 작천정을 매각해 버렸고 김홍조는 이곳을 개인 별장으로 사용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설득 끝에 김홍조로부터 다시 작천정을 사들이게 됩니다. 이후로는 연명제로 등기를 하여 작천정의 사유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됩니다.

 

1944년에는 작천정 보전회가 조직되었고  1955년에는 중건을, 1967년에는 중수하여 관리해 오다가 2005년 울주군에서 현재와 같이 중건하여 이 공간은 지금도 누구나 편히 누릴 수 있는 공공의 장소로 이어오게 된 것입니다.  

 

 

작천정 벚꽃길
작천정 벚꽃길은 1930년대 조성되었다

작천정에서 작괘천의 물소리를 벗 삼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작천정 벚꽃길로 내려옵니다. 1930년대 조성된 작천정 벚꽃길은 울산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길 중 하나입니다.

 

전국 어느 유명 벚꽃길에도 뒤지지 않는 빼어난 벚꽃길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4월이면 벚나무 따라 난립한 무허가 뜨내기 장사꾼들로 인해 몸살을 앓던 곳이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군이 단속과 정비에 들어가 더 이상 그런 볼썽사나운 모습 없이 온전히 꽃길만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많이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벚꽃길입니다.  

 

 

작천정 벚꽃길 입구 수남마을 - 인근에 옛 덕천역이 존재하였다

벚꽃길 입구 수남마을 앞에 이르렀습니다. 이 일대는 조선 시대까지 유지한 덕천역(德川驛) 터입니다. 역은 역리(驛吏)와 역마(驛馬)를 갖추고 국가의 명령이나 공문서 전달, 관리의 왕래 등을 돕기 위해 중요 교통로에 설치된 교통. 통신 시설을 일컫는 말입니다. 또 사신 왕래 시 환영과 배웅. 공물의 수송을 담당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고려시대 덕천역은 김해와 울산, 경주를 잇는 주도(州道)로, 조선시대에는 양산과 동래, 경주, 울산 방향을 잇는 도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교동리가 언향헌의 물류 이동의 중심지였다는 것이죠. 덕천역은 고려시대에 설치되어 조선 후기까지 유지되었으나 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흔적은 남아있지 않고 대략적인 위치만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덕천역의 흔적이 남아 있더라면 이곳 벚꽃길의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요. 조금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교동리에 위치한 언양향교
언양향교 -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8호이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사이 마지막으로 언양향교에 도착을 했습니다. 향교(鄕校)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동안 지방에 설립한 공공 교육기관입니다(사립 교육기관으로는 서원이 있다). 고려 시대 무인 집권 시에 쇠퇴하다가 신진 사대부가 집권 세력으로 등장한 조선 시대에 정비. 발전되다가 조선 태종과 성종 대에 이르러 전국의 모든 군현에 향교가 들어섭니다. 

 

 

언양향교 명륜당에 앉아 참가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언양향교의 설립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430년(세종 12) 언양에 교도를 파견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설립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처음에는 고을 북쪽 반월산 아래에 있다가 이곳으로 옮겨 옵니다. 현재 운영은 전교(典校) 한 명과 장의(掌議) 수 명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양향교는 매년 두 번 석전대제 봉행과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삭망분향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또 양력 4월에는 기로연을, 5월에는 성년의 날 행사를 치르고, 전통 혼례 및 예절 교육과 향교 서당을 운영 중이고요. 

 

이렇게 언양향교를 끝으로 흥미로웠던 4시간의 교동리 답사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봄, 가을로 늘 이곳을 찾고 있지만 인내천 바위와 덕천역 터는 이번 답사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 작천정에 관한 다양한 역사도 알게 되어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동네 이름은 모르더라도 벚꽃길과 작괘천 그리고 산악 영화제까지 더해져 이제는 주민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항상 많이 찾는 삼남읍 교동리입니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언양 지역만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이라면 오가는 길에 이런 장소들을 들러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