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2020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다녀왔어요
누리 GO/블로그기자2020. 10. 19. 20:00

경상일보가 주최하고 울산광역시, 한국미술협회 울산광역시지회, 울산대학교가 후원하는 2020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이하 '설치미술제'로 표기)가 10월 15일부터 남구 태화강 철새공원(태화강 국가정원 삼호지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시립미술관을 포함하여 변변한 미술관도 하나 없는 울산에서 처음 설치미술제가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과연 얼마나 지속할지, 반신반의했는데요. 올해로 14회째를 맞았으니 이제는 울산을 대표하는 미술제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하나의 주제를 미술제를 쉼 없이 10년 이상 지속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인데  지금까지 이어오느라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의 맘이 가득하답니다.  

 

 

2015년까지는 태화교 옆 남구 태화강변 둔치에서 열렸다
2016년~2018년은 자리를 옮겨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열렸다

사실 14회를 이어오면서 장소가 계속적으로 변동이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태화교 아래 남구 태화강변 둔치에서 열렸는데요. 아무래도 당시 중구 태화강 대공원에 비해서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좋은 미술제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를 못했습니다. 태화강변으로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곳까지 쉽게 이어지지 못했던 거지요.

 

2016년부터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당시 태화강 대공원(현재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장소를 옮기게 되면서 미술제를 즐기거나 다양한 미술제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가정원으로 변모하면서 설치미술제의 주요 장소가 정원박람회 공간과 향기원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중구 태화강 대공원에서 설치미술제가 자리 잡는 듯하였지만 그 사이에 태화강 대공원의 위상이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태화강 대공원이 '태화강 지방공원'→'태화강 국가정원'으로 성격과 규모가 달라진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설치미술제가 열리던 대공원의 공간이 정원박람회 공간으로, 향기원으로, 대나무 테마정원 등으로  촘촘하게 가꿔지면서 설치미술제를 펼칠만한 공간이 많이 줄게 됩니다. 설령 국가정원 내 띄엄띄엄 다양한 작품을 설치하더라도 미술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있던 것인지도 구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처럼 보였습니다.  

 

 

2019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 남구 태화강철새공원(태화강 국가정원 삼호지구)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올해도 남구 '태화강 철새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2019년 설치미술제 장소를 현재의 남구 태화강 철새공원(태화강 국가정원 삼호지구)으로 다시 한번 옮기게 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태화강 철새공원은 매년 태화강을 찾는 여름, 겨울 철새의 쉼터 마련을 위해 조성된 장소이자 철새 탐조에도 최적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철새 탐조를 위해 태화강변 대숲 옆으로 넓은 잔디 광장이 있는 덕분에 평소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산책 나온 반려 동물들의 놀이터로 활용되는 장소이기도 한데요. 현재 도심 속 태화강변에서 정원이나 다름 용도로 꾸며지지 않고 탁 트인 가장 넓은 장소일 겁니다. 어찌 보면 현재 설치미술제가 열리기에 가장 좋은 장소인 것이지요.

 

 

이문호 作 '당신 곁에 있는'

 

아트놈 作 '모타루 탑'
최연우 作 '네가 마신 모든 모든 숨#1'

'손안에 작은 광석'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올해 설치미술제는 미디어 고고학자 유시 파리카(Jussi Parikka)가 인용한 문장에서 차용한 것으로 기술 미디어가 기대어 있는 핵심 원료가 매우 길고 오랜 시간을 지구와 함께 한 광물이라는 점에 주목한 주제어라고 합니다. 태화강을 포함한 자연은 우리의 개입에 자신을 조절하며 더불어 우리를 길들이는 거대한 존재이자 시간을 담은 미디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런 주제를 정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눈에 가장 눈에 띈 점은 강렬한 색을 가진 여럿 작품들이 홀로 작품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 나온 시민들에게 태화강변과 더불이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으로 기막힌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미술제에 나온 시민들이 작품 감상과 더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실제로 작품 사이로 돌아다니는 내내 많은 이들이 멀찍이 떨어져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면서 작품과 강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분주하더군요.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사진가인 요즘 상황을 생각하면 그럴듯한 발상의 설치미술제입니다.

 

 

나무 정자를 활용한 레오니드 티쉬코프 作 '프라이빗 문'
은행나무 정원 내 오솔길을 만든 장준석 作 '태화강 은행나무 숲1길'
설치미술을 의식하지 않고 사이사이로 시민들이 쉬고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설치 공간과 쉼터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철새공원 내 쉼터 곳곳의 공간을 설치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쉼터 자체도 미술제 공간으로 활용해서 처음 이곳을 찾은 이라면 아마 원래 쉼터가 이렇게 꾸며진 걸로 여겼을 겁니다. 덕분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설치 미술과 하나가 된 오브제로 느껴지더군요. 무척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2020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10.15~10.25)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이밖에도 울산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기도 했답니다. 18팀이 참가한 이번 설치미술제는 각자 다르지만, 세계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을 담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사물인 예술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온 감각으로 느끼는 공간이길 바라는 2020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입니다.

 

최근 몇 년 만에 가을 태풍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지 않은 덕분에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요즘, 태화강변을 거닐며 아름다운 가을 추억 남기길 원하는 이라면 발걸음 하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