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 대왕암공원 추석 달맞이 산책
누리 GO/블로그기자2020. 10. 5. 10:30

신라시대 삼국 통일을 이룩한 문무대왕이 죽은 후 신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는 유언을 남기며 수중왕릉에 묻혔고 이후 왕비가 죽어서는 문무대왕을 따라 또 다른 호국용이 되겠다며 울산 어느 바다 큰 바위 밑에 잠겼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전설의 장소가 바로 울산 동쪽 끝, 대왕암입니다. 이런 전설을 모르더라도 이곳에서 거대한 붉은 바위를 마주한 이라면 단박에 예사롭지 않은 장소임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이러한 독특한 풍광 덕분에 지금껏 울산 여행 1번지로 손꼽히는 장소가 대왕암입니다.  

 

 

대왕암 신년 해맞이 행사 모습

연 중 항상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는 대왕암이지만 바다와 마주한 빼어난 풍경 덕분에 울산에서는 간절곶- 새해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떠오른 곳 -과 함께  최고의 해맞이 장소로 이름난 곳입니다.  매년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새해 첫날이 아니어도 동해로 떠 오르는 해를 보고자 항상 일출 시간에는 많은 이들로 붐비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봄에는 대왕암 가는 길로 벚꽃 풍경이 좋다

 

최근 들어 여름에는 대왕암 산책로 주변 수국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왕암 공원에는 대왕암과 울기등대와 더불어 계절 별로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 덕분에 로 계절별로 분위기가 다양한데요. 봄에는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벚꽃 나무가 세월을 먹어 벚꽃터널을 이루면서 동구를 대표하는 벚꽃길이 되었다지요. 대왕암 공원이 여름에는 해무가 무척 자주 끼고 습도가 높은 탓에 항상 습한 상태로 수국이 자라기에 무척 좋은 환경인데요. 최근에는 공원 주변으로 수국이 무성해지면서 수국이 아름다운 곳으로 점차 이름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초가을에 열리는 대왕암 달빛문화제

해맞이하기 좋은 장소라는 말은 어찌 보면 달맞이 하기에도 무척 좋은 장소라는 말입니다. - 다만 태양 하고는 달리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매일 크게 달라지고 한 달에 한 번만 보름달을 볼 수 있기에 동해로 떠 오르는 보름달 보기가 쉽지 않다 - 대왕암 역시 그러한 장소이기에 동구에서는 자체적으로 매년 대왕암에서 달빛문화제를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은 크게 알려지지 않은 행사이지만 평소 저녁에는 출입이 불가능한 울기등대도 달빛을 벗 삼아 둘러볼 수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시간 날 때마다 참석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봄에는 미세 먼지로, 여름에는 해가 늦게 지는 탓에 바다 위로 떠오르는 선명하고 밝은 보름달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달맞이는 가을과 겨울, 그중에서도 해가 지고 난 후 기온까지 적당한 가을이 좋은 데요. 코로나 19 영향으로 집에서 조용한 추석을 보내다가 추석 당일 날씨가 괜찮아 보여 대왕암으로 달맞이하러 나섰습니다.

 

 

대왕암 옆에 위치한 일산 해수욕장

 

일산 해수욕장에는 대왕암 공원을 바로 잇는 산책로가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대왕암 공원 주차장-평일 무료. 주말. 공휴일 유료-은 많이 붐비는 편입니다. 보통 만차일 확률이 높아 개인적으로 항상 대왕암 공원 옆 일산 해수욕장 인근의 무료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걸어가는 편입니다. 이날 역시 그러했는데요. 일산 해수욕장과 대왕암 공원을 잇는 산책로가 잘 돼 있어서 오히려 주차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는 점도 참고 바랍니다.  

 

 

대왕암 공원 꽃무릇(2020년 10월 1일 촬영)

다년생 초본 식물로 매년 9월 중순에 소나무 아래에서 피어나는 대왕암 꽃무릇은 대왕암이 아니라 이 꽃무릇을 보기 위해 대왕암 공원으로 발걸음을 하게 만들 만큼 이제는 울산 가을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보통 이곳 꽃무릇이 9월 중순에 피어나서 10월 초가 되면 거의 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올해는 8월까지 길게 이어진 장마 탓인지 모르겠으나 추석 당일에도 무척 좋은 상태였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일주일 정도는 솔숲 사이로 붉은 비단이 깔려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혹시 올해가 안되더라도 다음 가을에는 한 번 눈여겨보길 바랍니다. 

 

 

추석 당일 해가 진 후 대왕암으로 하나둘 들어 간다

이날은 월출 시간에 맞춰 대왕암 공원을 찾았기에 산책로를 지나는 도중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보통 이 시간에는 대부분 대왕암을 빠져나가는 인파로 붐비는데요. 이날은 나가는 이보다 들어가는 이가 많더군요. 

 

 

삼삼오오 대왕암에서 월출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석날 대왕암을 찾은 건 처음이었는데요. 대왕암 주위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월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왕암 주위로 공간이 넓고 탁 트여 있어서 붐비지 않았고 타인과는 충분한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었던 점은 어느 정도 인파에도 다행이었습니다. 

 

 

추석날 수줍게 보름달이 바다 위로 떠 올랐다

 

보름달이 떠오르자 달을 기다리던 이들이 사진 담기에 바쁘다

대왕암 주위 조명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고 하늘은 어두워 지자 바다 위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보름달. 이날 월출 시각은 18시 09분이었는데요. 바다 아래로 구름이 조금 두텁게 깔려 있어서 예정보다 조금 늦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다 위로 선명하게 보름달이 보이자 기다리던 이들의 몸과 맘이 모두 바빠집니다.

 

 

대왕암 바다 전망대 위로 달이 떠오르고 있다

달이 서서히 떠오름과 동시에 대왕암 다리 건너 바다 전망대로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길 시작합니다. 사실 달을 기다리면서 보름달이 뜨면 전망대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릴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충분한 거리두기를 해가면서 달맞이를 한 점은 멀리서나마 칭찬해 주고 싶었답니다. 

 

 

추석 보름달이 휘영청하게 대왕암 위로 떠 올랐다

 

대왕암 위로 떠오른 보름달

바다 위 전망대로 휘영청하게 보름달이 떠오르자 이날 대왕암 달맞이는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보름달을 향해 저마다의 소원과 인증샷을 남기고는 하나둘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저 역시 평범한 일상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달을 향해 기원하며 가을밤 대왕암 달맞이를 한참을 즐기다가 자리를 떴습니다. 

 

대왕암에서 맞은 올 추석 보름달은 이걸로 끝이 났지만 한 달이 지날 때마다 대왕암 위로 다시 보름달이 찾아옵니다. 월출도 일출 못지않게 아름다운 대왕암. 조금 색다른 대왕암 풍경을 원한다면 앞으로 겨울까지 이어질 시리게 맑은 보름날 저녁 대왕암 달맞이 나들이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