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울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태화강 국가정원(이하 '국가정원'으로 표기)에는 현재 양귀비 꽃이 만발했습니다.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전국 각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붉은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만나고자 찾아오는데요. 올해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 19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시민들조차도 방문하기가 조금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자마자 터져 나온 이태원 발 집단 감염 사태 탓에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울산에 사는 이라면 올해만큼은 태화강 국가정원 말고도 조금 한적하게 태화강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태화강변이지만 또 다른 태화강의 매력을 지닌 남구 태화강 철새공원을 소개해 봅니다. 

 

 

 

남구 삼호동에 위치한 태화강 철새공원

국가하천인 태화강의 환경복원 필요성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펼쳐 2013년 정식으로 남구 삼호동에 문을 연 '태화강 철새공원'(이하 '철새공원'으로 표기)은 태화강을 찾는 겨울철 떼까마귀와 여름 백로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이런 자연환경을 염두에 두고 조성 당시 겨울철 철새들의 먹이를 위해 가을에 열매 맺는 피라칸사스(학명 Pyracantha) 1만 4000여 그루를 심기도 했습니다.  

 

 

 

철새공원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 - 연중 무료로 운영된다

 

태화강 철새공원

철새공원이 중구 국가정원과 비교하여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철새공원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이 무료입니다. 5월 주말인 경우에는 국가정원에 차를 가지고 방문할라치면 생각보다 주차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당연히 유료 주차이고요. 반면 철새공원은 외지 방문객이 많지 않은 편이라 일 년 내내 주차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원도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남쪽 남산을 제외하면 삼면으로 탁 트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넒고 한적한 철새공원이 최근 반려동물 가족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 가족이라면 감염 예방 수칙 뿐만 아니라 몇 가지 더 유념해야 한다

중구 태화강변이 '태화강 대공원→지방정원→국가정원'으로 명칭이 바뀌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점점 사람의 손이 많이 가미된 인공적인 모습으로 많이 변모된 것도 사실입니다. 자연 미인에서 화장 미인으로 변모했다고나 할까. 반면 철새 공원은 훨씬 자연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태화강 국가정원 국화 단지 조성 전 자연 그대로가 좋았던 봄날의 국화 단지 구역 모습

 

국가정원 내 국화 단지가 확장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청보리 밭이 아쉽게도 사라졌다

 

이제는 사라진 국가정원 5월 청보리밭 일몰 풍경

특히 국가정원 십리대밭 국화 단지 주위로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선 점은 십리대밭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탁하게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양귀비와 함께 5월 국가정원을 대표했던 청보리밭이 사라지고 국화 단지로 확장이 되면서 국가 정원의 5월 풍경이 그려내는 표정이 조금 심심해졌습니다. 

 

 

 

청보리 밭은 철새쉼터 방향으로 조성돼 있다

 

철새공원 청보리 밭 - 대밭을 따라 철새쉼터까지 600m 정도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국가정원 내 청보리 밭이 사라진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는데요. 비록 규모는 소박하지만 5월 청보리밭을 만난 고픈 이라면 철새공원을 찾으면 됩니다.

 

 

 

5월 13일 오전 모습

 

5월 14일 오후 모습

개인적으로 청보리 밭 풍경을 좋아해서 오전과 오후 시간대를 달리해서 이틀 연속으로 찾았습니다. 다만 한 번만 찾을 이라면 오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전에는 태양빛이 남산에 가려 청보리밭에 거의 스미질 못해서 다소 밋밋하거든요. 

 

 

 

철새공원 내 최고의 쉼터 - 은행나무 정원

 

쉴 의자가 없다면 나무 데크에 신문지나 매트를 깔거나 그냥 쉬면 된다

거기에 은행나무 정원을 놓치지 말길 바랍니다. 은행나무 정원이 조성되기 전부터 존재하던 은행나무는 수령이 40~50년 이상은 된 터라 낮 동안에 계속 숲 전체가 그늘지거든요. 최고의 쉼터인 거지요. 가을이면 은행나무 정원 전체가 노란 은행잎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평소에는 주로 인근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는 터라 그리 붐비질 않으니 철새공원을 산책하며 쉬기에 안성맞춤 장소입니다.

 

 

 

오후 빛에 누렇게 청보리가 익어 간다

 

청보리밭이 끝나면 철새쉼터가 나온다

오후에 찾았을 때는 은행나무 정원에 앉아 준비해 온 커피 한잔 마시고 빛을 좋아질 무렵 본격적으로 청보리밭으로 향했습니다. 600m 정도 이어지는 청보리밭을 따라 이런저런 풍경을 담다 보니 지루하기는커녕 어느새 청보리밭이 아쉽게도 끝나고 말았는데요. 청보리밭은 철새쉼터 앞에서 끝이 납니다. 

 

 

 

맥문동 군락지

 

한여름엔 보라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원래 소나무 그늘 아래여서 초화 자생이 힘든 탓에 잡풀이 자라면서 거의 방치되었던 공간이었지만 2016년에 맥문동 4만 본을 심어 맥문동 군락지로 조성하였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2018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전국에서도 이름난 맥문동 군락지로 알려졌습니다.

 

 

 

맥문동 군락지 끝에는 꽃창포가 한창이다(5월 14일 모습)

비록 지금은 녹색만 가득하지만 한여름 피어날 보랏빛 맥문동을 기대하며 거닐어 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거기에 맥문동 군락지를 지나면 현재 노란 꽃창포가 한창이거든요. 조금만 규모이지만 꽃창포와 벗 삼으면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은 보랏빛 맥문동만 만나러 찾아오는 이는 절대 만날 수 없는, 5월에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누리는 작은 기쁨입니다. 

 

 

 

일몰이 가까워오자 햇살이 맥문동 군락지로 찾아 온다

 

철새공원 유채밭 일몰 - 절정을 지나 꽃이 지고 있다(5월 14일)

꽃창포 옆에서 잠시 쉬다 보니 어느새 맥문동 군락지로도 빛이 스미기 시작합니다. 다시 돌아갈 시간이군요. 대밭 따라 청보리 따라 주차장에 다다를 무렵, 유채밭 너머로 하루 해가 저뭅니다. 조금 늦게 피어난 유채꽃 역시도 이제는 하나둘 저무네요. 유채꽃이 다 지고 나면 아마 해바라기를 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한여름 맥문동과 더불어 철새공원을 대표하는 꽃이 바로 해바라기입니다. 맥문동을 찾을 무렵에 활짝 핀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많이 붐빌 국가정원을 피해 철새공원을 찾아봤습니다. 주차장에서부터 은행나무 정원에서나 철새 쉼터에서나 제가 쉬는 동안에 의식적으로 사람을 피하고자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타인 과의 충분한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거지요. 비록 붉은 양귀비는 없지만 국가정원과는 조금 다른 태화강 풍경을 서로 간의 건강 거리를 편안하게 유지하며 즐길 분이라면 철새공원을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랍니다.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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