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 다른 뜻 '방어진', 그 이름에 대하여


울산 시민이 누구나 알고 있는 '방어진'. 예부터 방어진이라 불려왔지만 시대에 따라 방어진이 품은 뜻은 계속 변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고려 시대 왜구를 방어하는 수로진이라는 의미에서 방어진防禦陣으로 → 조선 시대 방어가 많이 잡히는 나루터라는 의미에서 방어진魴魚津 → 다시 일제 시대에 들어서는 일본인이 잡은 어종을 본국으로 보내는 나루터라는 뜻에서 방어진方魚津으로, 이렇게 음은 같지만 한자는 계속 바뀐 것입니다. 이렇듯 이미 친숙하다 생각했건만 살면서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는 '방어진' 속으로 한 걸을 더 들어가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울산 박물관에서 10월 2일부터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막식날 다녀 왔습니다. 



의식 간소화 정책으로 개막식은 내빈 소개 없이 '국민의례', '인사말' 단 두 가지로 간략히 진행됐다


1부 방어魴魚, 지키는 것과 나서는 것


'군 동쪽 적진리(현재 동구 남목 지역) 방어진魴魚津목장, 목장의 둘레는 47리, 말이 360필...'

<경상도속찬지리지, 1469> '울산군'편


고려 시대 왜구 방어의 군사 거점이었던 방어진은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변방이지만 국토를 지키는 최종 보루로서 목장과 봉수가 있던 그야말로 방어防禦 나루터였습니다. 그런데 방어만 한 게 아니라 동시에 교역의 장소로 나서기도 한 공간이 또한 방어진입니다. 1418년(세종 초년) 제3차 대마도 정벌 이후 대마도에서 단절된 조선과의 정상적 교역을 지속적으로 요청하자 조정에서 유화책의 하나로 3포(부산포, 웅천 내이포, 염포)를 세종 8년에 개항합니다. 소금밭이 많았다는 데서 유래한 염포鹽浦가 바로 방어진 목장 내에 있던 장소입니다. 

염포산에 있는 염포개항기념공원과 비석


인사말 이후 바로 개막을 알리는 줄 자르기 



개막식 이후 학예사의 전시 해설이 이어졌다


2부  방어方魚, 빛과 어둠의 양면


'속담에 울산을 알랴거든 방어진方魚津을 보라하얏다'

<개벽 38호, 1923년 8월>


1890년대 30호 160여 명에 불과하던 방어진 인구는 1921년경에는 조선인과 일본인을 합쳐 5000여 명에 이릅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삼치, 고등어, 정어리가 풍부하고 일본, 부산과 가까워 개항 직후부터 일본인들이 눈독을 들이지요. 일제의 정책에 따라 히나세日生 출신 어민들이 이주하여 어업 활동을 한 이후 1920년대가 되면 부산, 통영, 구룡포와 더불어 한반도의 대표적인 이주 어촌이 되어 '남방부고南方富庫'로 불릴 정도로 큰 어업 항이 된 것이죠. 일제 시대 한반도 명소를 소개하는 책자에서 울산 지역은 항상 왜성(현재 '학성공원)과 방어진을 언급할 정도로 울산을 대표하는 장소가 방어진이었습니다.



방어진 근해에서 잡혔던 대표적인 어종 - 방어, 청어, 정어리, 고등어, 삼치(좌측 상단부터 시계 반대 방향)


일제시대 성어기 방어진 항 모습


3부 방어진, 날개를 달아


일제 시대 한반도 3대 어장이었던 방어진에도 광복이 찾아왔습니다. 나라를 찾았기에 기쁨도 있었지만 일본인과 자본이 갑작스레 빠져나가 방어진 지역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5년 후 한국 전쟁까지 발발하면서는 어업시설이 타격을 받아 어획고가 크게 감소하니 망어진亡魚津이라 자조할 정도로 방어진 인구는 급감합니다. 하지만 귀환동포와 피난민들을 포용하며 새로운 구성원들이 어우러져 살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고 고래잡이를 통해 지역 경제 상황이 점차 바뀌어 나갑니다.



본격적인 경제 개발 이후 대한민국 조선업의 중심지가 된다 


1962년 울산은 한국전쟁 후 가장 큰 변화를 맞습니다. 바로 '공업특정지구'로 지정이 된 겁니다. 그 해 바로 '군'에서 '시'로 승격이 되고 온산 지역에는 석유 화학 공단이 동구에는 자동차, 조선 산업이 차례로 들어서게 되자 방어진은 대한민국 조선업의 중심지로 성장합니다.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 낙화암 기록


개막식 이후 낙화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장인수씨(사진 가운데)가 참석하여 자신의 여러 자료를 직접 설명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공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사라져간 것까지도 이번 전시는 챙기고 있습니다. 현대 중공업 설립으로 인해 파괴된 낙화암의 운명을 안타깝고 여기고 낙화암에 관한 모든 것을 남기고자 애쓴 한 인물과 그가 손수 만든 자료를 위해 전시장 중 한 공간을 기꺼이 내어 놓아 전시가 더 풍성해졌습니다. 

2018년 상반기 대곡박물관에서 '고려시대 헌양, 언양'이라는 주제로 울산 지역 특별전이 열린데 이어 이렇게 하반기에는 '방어진'을 가지고 울산 박물관이 울산 지역 특별전을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차분히 멈춰 서서 들여다본 적이 없던 울산의 여러 지역이 하나씩 우리를 오라 손짓 합니다. 파도와 바람이 들려주는 삶의 노래가 깃든 방어진이 궁금한 이라면 울산 박물관으로 발걸음 해 보길 바랍니다. 


#울산 박물관 특별전 '방어진'

기간 2018,10,02 ~ 2019.02.24

관람시간 09:00 ~ 18:00(입장은 17:00까지)

관람료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휴관일이 공휴일인 경우, 공휴일 다음 날)


자세한 사항은 아래 울산박물관 홈페이지 참조

https://museum.ulsan.go.kr/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