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100년이 저물어가는 1999년 말에 개인적으로 참여한 조금만 모임에서 20세기 백 년을 대표하는 세계적 인물, 한반도 인물 마지막으로 자기 고향 인물을 각자 선정하고 선정 이유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울산 출신인 저는 20세기 울산을 대표하는 인물로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을 꼽았는데요. 당시만 하더라도 울산에서 외솔 선생의 생애를 더듬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여 제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왜 아직도 울산에 그에 관한 기념관조차 없는지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제가 질타 아닌 질타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작금의 울산의 상황을 보자면 외솔기념관과 생가가 병영에 들어서 있으며 매년 10월에는 한글문화술제가 중구 원도심과 기념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2016년 말에는 울산 유일의 한옥 도서관인 '외솔한옥도서관'이 외솔기념관 주위에 들어섰으니 외솔에 관한 울산의 관심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 수준입니다.



 

2012년 계획을 수립하여 2016년 11월에 외솔기념관 옆에 들어선 외솔한옥도서관은 이름처럼 한옥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외솔 생가를 지나 돌담을 돌면 만나게 되는 도서관의 첫 모습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어릴 적 찾던 외갓집을 떠올립니다. 겨울 방학이면 살다시피한 외갓집에서 날마다 아궁이에 넣어둔 군고구마니 군밤을 꺼내 가지고 엉덩이가 불날 것 같던 아랫목에 앉아서 까먹고 놀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거든요.




도서관 안에 들어가서 사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 사서 역시 이런 얘길 하더군요.

"여긴 도서관인 동시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추운 겨울날이면 잠시 따뜻한 사랑방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쉬다 간다는 생각으로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입구에는 생수통과 간단한 차가 준비되어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제가 머무르는 동안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깐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엄마 손에 끌려온 모습이 아니라 다들 엄마를 끌고 놀러온 모습이어서 도서관에 들어서는 표정들이 다들 밝아 보였습니다.



▲중구에 있는 작은도서관 중에서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구에도 동네별로 작은 도서관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요 규모 면에서 보자면 외솔한옥도서관이 가장 작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한옥도서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수는 가장 많고 빨리 마감되는 편이어서 동네 사랑방 역할은 물론 한글 교육 공간으로 착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겨울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보면 발목이나 발이 시린 경험이 종종 있을텐데요. 여긴 방바닥 자체가 따뜻하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우리 동네에도 이런 한옥도서관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이더군요.


 

외솔 생가


외솔 기념관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앞으로 2월까지는 겨울방학, 봄방학이라는 이름으로 평소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다지만 어영부영 보내기에도 딱(?) 좋은 기간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외솔한옥도서관 옆에는 외솔기념관과 생가가 있습니다. 한글에 관해서는 이만큼 좋은 체험 학습 장소가 전국에서도 드문 편입니다. 춥다며 게으름과 벗 삼으며 지나가는 방학 기간에 아이들과 울산 유일의 한옥도서관(과 외솔 기념관)에서 조금은 색다른 도서관(과 울산을 대표하는 20세기 인물)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한옥도서관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오전 9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Posted by 가족풍경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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