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멕시코가 외교관계를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정사업본부와 멕시코우정은 지난달인 1월 26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표를 공동으로 발행했는데요. 귀신고래의 성체와 새끼를 도안한 2종의 우표입니다.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자주 출몰하던 귀신고래의 그림이 담긴 특별한 우표. 이 우표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요?

 귀신고래는 쇠고래라고도 불립니다. 이 귀신고래는 80여종의 고래의 종 중 유일하게 '한국계'로 학계에 보고된 종입니다. 한국계가 된 이유는 고래박물관을 찾으면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는데요.

 

 100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1912년 미국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로이 앤드루스가 귀신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울산 장생포를 찾았습니다. 앤드루스는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귀신고래를 발견했고, 그는 논문을 통해 오호츠크 해와 동해안을 오가는 귀신고래를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고 명명했습니다. 귀신고래가 한국 해역에서 새끼를 낳아 길렀기 때문이죠. 앤드루스가 울산을 찾던 시절만 해도 귀신고래는 한국에서 가장 흔한 고래 중의 하나였습니다. 
 



 귀신고래의 역사를 살펴보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새끼를 돌보는 모습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한국계 귀신고래는1만년 정도의 세월을 울산 일대의 바다를 고향으로 삼아왔던 것이죠.


▲▶한국-멕시코 수교 50주년 기념우표. 출처 / 우정사업본부

 


 귀신고래는 2005년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 울산회의 기념우표에도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오른쪽 우표 사진. 출처 / 우정사업본부)

 귀신고래는 먼 바다를 따라 이동하는 다른 대형 고래와는 달리 해안에 바짝 붙어 다니기 때문에 사람에게 잡히기도 쉬웠고, 오염에도 취약했습니다. 그래서 1960년 이전 우리 해역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죠. 1977년 1월 3일 울산 방어진에서 두 마리가 목격된 게 마지막입니다. 이들을 멸종에 이르게 한 주원인은 무분별한 포획과 해안 오염이었습니다. 한국과 멕시코가 수교한 1962년, 귀신고래가 남하하는 장생포 해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귀신고래가 다시 우리의 바다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의 모임도 있습니다. 바로 울산의 사랑 동호회인 '푸른고래'입니다. 그들은 귀신고래가 장생포 앞바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고래를 위한 시와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울주군에 거주하고 있는 정일근 시인의 '나의 고래를 위하여'는 장생포 고래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귀신고래의 귀향을 기다리며 그의 시를 한 번 읊조려 봅니다.

 



나의 고래를 위하여 / 정일근




불쑥,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면
당신의 전생(前生)은 분명 고래다

 나에게 고래는 사랑의 이음동의어
고래와 사랑은 바다에 살아 떠도는 같은 포유류여서

젖이 퉁퉁 붓는 그리움으로 막막해질 때마다
불쑥불쑥, 수평선 위로 제 머리 내미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고래를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다
당신이 본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
누구도 사랑의 모두를 꺼내 보여주지 않듯
고래도 결코 전부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한순간 환호처럼 고래는 바다 위로 솟구치고
시속 35노트의 쾌속선으로 고래를 따라 달려가지만
이내 바다 깊숙이 숨어버리는 거대한 사랑을
바다에서 살다 육지로 진화해온
시인의 푸른 휘파람으로는 다시 불러낼 수 없어

 저기, 고래! 라고 외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고독한 사람은 육지에 살다 바다로 다시 퇴화해 가고
그 이유를 사랑한 것이 내게 슬픔이란 말 되었다
바다 아래서 고래가 몸으로 쓴 편지가
가끔 투명한 블루로 찾아오지만
빙하기 부근 우리는 전생의 가억을 함께 잃어버려
불쑥, 근원을 알 수 없는 바다 아득한 밑바닥 같은 곳에서
소금 눈물 펑펑 솟구친다면
이제 당신이 고래다

 보고 싶다는 그 말이 고래다
그립다는 그 말이 고래다.

 

-제 1회 고래의날 기념 109인 사화집

1958 경남 양산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4 <실천문학>에 시 <야학일기> 발표
1984 <월간문학>에 시조 <비 오는 날의 변주> 발표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00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2001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수록
2004 현재 <시힘> 동인, 문화공간 <다운재>운영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 1987 창작과비평사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1991 빛남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경주남산>
<바다가 보이는 교실> <첫사랑을 덮다> <가족>외 다수
 


  다가오는 4월에는 26일부터 고래축제가 열릴 예정이니 '울산고래축제'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울산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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